CJ온스타일, '美대통령 정장' 브룩스 브라더스 국내 단독 운영

2021-07-07 17:54

CJ온스타일이 202년 전통을 자랑하는 패션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코리아 국내 사업을 단독으로 운영한다. 패션 이커머스 'W컨셉'을 SSG닷컴에 빼앗긴 CJ온스타일은 여전히 '패션테크'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문을 열어 놓되,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 상품사업자'로 도약해 글로벌 버티컬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은 브룩스 브라더스코리아 국내 사업의 단독 운영권 획득 막바지 단계에 있다.  단시간 내에 상품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상품 기획 역량을 기반으로 독점 브랜드를 육성해 온 CJ온스타일은 브룩스 브라더스의 고급 이미지를 활용해 전문 패션몰로 발돋움할 예정이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국내 사업의 단독 운영권 획득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최종 완료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1818년 설립된 202년 전통의 미국 의류회사다. 에이브러햄 링컨, 존 F 케네디,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역대 미국 대통령 45명 가운데 40명이 애용한 미국 최초의 기성복 브랜드로 유명하다. 특유의 세련미와 시대를 선도하는 스타일로 200년간 아메리칸 클래식 패션을 주도해왔으며, 전 세계 약 45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허민호 CJ온스타일 대표이사(CJENM 커머스부문 대표). [사진=CJ온스타일 제공]

다만, 브룩스 브라더스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이겨내지 못했다. 지난해 브룩스 브라더스 미국 본사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델라웨어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챕터11)을 제출했고 지난해 9월 3500억원에 어센틱브랜드그룹(ABG)과 스팍그룹(SPARC)에 인수되며 기사회생했다.

2006년 진출한 한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만 해도 리테일 매장 11개점, 아울렛 매장 9개점, 면세점 1개점을 운영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4개 점포는 문을 닫았다. 현재는 백화점, 아웃렛에서 모두 1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브룩스 브라더스의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힘든 상황이지만 브랜드는 여전히 건재한 데다가, 온라인 판매는 성업 중인 점에 주목했다. 향후 부실 점포는 신속하게 정리하고, 브룩스 브라더스 이미지를 활용한 온라인 사업을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남성 기성복뿐만 아니라 여성, 아동복 라인도 갖추고 있으며 스포츠라인, 골프웨어, 맞춤정장까지 갖추고 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VW베라왕, 칼라거펠트 등 해외 브랜드의 국내 운영력과 패션 라이선스 사업력이 뛰어나 브룩스브라더스 본사의 인정을 받았다"면서 "TV, T커머스, 온라인몰 등 브룩스브라더스 온라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사업적 역량과 아울렛 중심의 '온스타일' 매장 등 다수의 오프라인 매장 운영 경험까지 갖추고 있는 점도 국내 사업 파트너로 낙점된 이유"이라고 말했다.

앞서 CJ온스타일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베라 왕'과 단독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VW베라왕(패션·잡화)', '베라왕 인티메이츠(란제리)', '베라왕 홈(홈 인테리어)'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 라인업을 강화한 바 있다. 당시 VW베라왕은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소재를 적용해 홈쇼핑 패션 상품의 고급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브룩스브라더스코리아 제공]

CJ온스타일이 독점 브랜드 육성 및 포트폴리오 활성화에 공을 들이는 궁극적인 이유는 취급고(GMV) 확대에 있다. CJ온스타일은 비대면 트렌드로 전년 대비 수익성은 극대화됐지만 홈쇼핑 경쟁력으로 꼽히는 외형 규모 측면 성장은 다소 주춤했다. 2019년 4조원대였던 취급고는 지난해 3조8820억원(-4.03%)으로 내려앉았다.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0.3% 줄어든 취급고 9832억원을 기록했다. '시크릿', '앳센셜' 등 자체브랜드 취급고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동시에 CJ온스타일은 올 2분기부터 사업의 중심축을 성숙기에 접어든 TV홈쇼핑에서 모바일 쇼핑으로 옮기고, 패션·리빙·뷰티 3대 카테고리 전문몰을 육성하겠다는 각오를 내놓은 바 있다. 허민호 CJ온스타일 대표는 "지난 4월 지난해 2조원 규모인 모바일 취급액을 2023년까지 3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목표치를 제시했다. 

목표치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를 주축으로 하는 젊은 층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숙제가 아직 남아 있다. 당초 CJ온스타일은 W컨셉 인수를 통해 미래 잠재 고객을 확보하려고 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보다 약 1000억원을 적게 제시해 인수에 실패했다. 이후 유통·IT 대기업들이 에이블리, 지그재그, 스타일쉐어, 29CM 등 패션테크 기업을 인수했고 여성 플랫폼 대형 매물은 한꺼번에 사라졌다. 하지만 CJ온스타일은 아직까지 신중한 편이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별화된 상품, 매력적인 브랜드의 보유는 가장 중요한 핵심자산"이라며 "브랜드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는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