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2~3%…외면받는 보험사 퇴직연금

2021-07-08 19:00
4개월 새 생·손보 퇴직연금 적립액 6천억 이상 사라져

보험사의 퇴직연금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증시 호황에 2~3%대의 낮은 수익률로 가입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증권사와 시중은행들은 각각 높은 수익률을 강점으로 내세워 보험사의 고객을 대거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8일 생명·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생·손보사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69조571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0.94%(6602억원) 급감했다. 보험사의 퇴직연금 적립액이 0.9% 이상 줄어든 것은 2014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퇴직연금이란 매월 일정액의 퇴직적립금을 외부의 금융기관에 위탁하여 관리·운용해 퇴직 시 연금으로 받는 제도다. 지난해 말 기준 255조원을 넘어선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매년 10%가량 급증하면서 금융사들의 최대 영업경쟁 터가 되고 있다.

이 기간 생보사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56조4959억원으로 지난해 말(56조9338억원) 대비 0.77% 줄었다. 생보사의 경우 최근 가입자가 크게 감소했다. 4월 말 기준 생보사의 퇴직연금 초회보험료는 7903억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178억4400만원)보다 13.9%(1275억3800만원) 급감했다. 퇴직연금을 장기간 유지한 장기 고객도 대거 이탈했다. 이 기간 생보사의 2년 이상 퇴직연금을 납입한 금액은 2조1553억8100만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7%(1074억9200만원) 줄었다.

손보사 역시 13조2975억원에서 13조752억원으로 1.6%(2223억원) 감소했다.

보험사의 퇴직연금 실적이 악화된 것은 저조한 수익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생보업계의 경우 지난 1분기 확정급여형(DB형)의 수익률이 3% 중반을 넘지 못했다. DB 수익률은 교보생명(3.31%)이 유일하게 3%를 넘겼고, 삼성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각각 2.14%, 2.05%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 기간 8.45%의 수익률을 기록한 신영증권의 4분의1수준에 불과하다.

개인퇴직연금(IRP)에서도 보험사의 수익률은 증권사에 미치지 못했다. 보험사의 개인형 IRP 수익률은 교보생명이 6.70%로 가장 높았다. 이어 미래에셋생명(5%)과 삼성생명(3.94%) 순이었다. 반면 증권사는 신영증권(27.39%), 한국포스증권(13.7%), 유안타증권(13.41%) 등 10%대 이상의 수익률을 보였다.

보험사와 달리 증권사와 시중은행들은 수수료 혜택 등 적극적인 퇴직연금 영업을 펼치기도 했다. 삼성증권이 가장 먼저 수수료 면제 정책을 펼쳤고 뒤이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한화투자증권 등도 수수료 0%를 내세웠다. 시중은행들은 캐시백 이벤트를 진행했다. 하나은행은 최대 1만 하나머니를 제공하는 캐시백 이벤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커피쿠폰, 우리은행은 신규·자동이체 등록 고객을 대상으로 공기청정기를 제공했다.

그 결과 증권사의 지난 4월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은 지난해 말(51조6605억원)보다 2.9% 늘어난 53조1386억원을 기록했다.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적립액 역시 130조4385억원에서 133조2507억원으로 2.2% 늘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1~2%대 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DB형 상품을 중심으로 보험사의 퇴직연금 적립액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저조한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실적배당형으로 운용하는 '디폴트옵션'을 검토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만큼, 당분간 보험사의 퇴직연금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