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 E&S, 도미니카서 국제소송戰 위기
2021-07-06 18:37
현지 LNG 복합 화력발전소 건설사업...국제입찰로 계획 바뀌면서 컨소시엄 재구성
최초 사업타당성·환경영향평가 진행한 국내·현지기업 "보고서 무단사용해 입찰 추진"
최초 사업타당성·환경영향평가 진행한 국내·현지기업 "보고서 무단사용해 입찰 추진"
도미니카공화국(이하 도미니카) 정부가 발주한 LNG(액화천연가스) 복합 화력발전소 사업을 두고 SK E&S컨소시엄이 국제소송에 휘말릴 위기다.
해당 사업입찰에 앞서 진행된 사업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조사를 두고 국내 중소기업과 현지 발전기업이 SK E&S의 ‘영업비밀 침해’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 E&S 컨소시엄의 도미니카 LNG발전소 사업 입찰을 두고 도미니카 발전 기업인 에너지아(Energia)2000SRL은 현지 검찰 고소와 국제 소송 등을 준비 중이다.
발전사업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중소기업 어비드코리아도 SK E&S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 등을 통한 대응을 할 방침이다.
사건은 2016년 SK E&S와 SK건설이 도미니카 만자니요(manzanillo)항에 LNG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을 계획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SK E&S는 SK건설, 현대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미니카 북서쪽 끝자락 만자니요항에 LNG 터미널과 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미국으로부터 LNG를 공급받아 만자니요항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산티아고를 거쳐 도미니카 전역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어비드코리아는 2015년부터 만자니요항 LNG발전소 사업과 관련한 사업타당성조사를 진행했으며, 에너지아2000SRL은 도미니카관계부처 허가를 받아 해당사업과 관련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 이렇게 완성된 보고서의 분량은 약 750페이지에 달한다.
2016년 8월 해당 사업을 맡은 SK E&S의 원모 본부장은 어비드코리아에 메일을 통해 LNG 발전사업을 함께 검토하고 싶다고 전했다.
2016년 11월 SK E&S, SK건설, 어비드코리아 등은 LNG발전사업 관련 회의를 가졌다. 당시 작성된 회의록에 따르면 SK E&S는 도미니카 정부가 수의계약 또는 입찰 방식으로 해당 사업을 발주할 경우 이들과 컨소시엄 구성을 본격 검토하기로 했다. 이 같은 협업 검토와 함께 어비드코리아와 에너지아2000SRL의 보고서는 SK E&S 등에 공유됐다.
2017년 1월 SK그룹의 조직개편이 진행되면서 SK건설이 사업포기를 선언했다. 현대건설 등도 관련 사업 추진을 중단했다. 이후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던 SK E&S는 만자니요항에서 동쪽으로 약 50㎞ 떨어진 푸에르토플라타(Puerto Plata) 지역에 LNG터미널을 건설, 산티아고로 가스를 보내 발전소를 가동하는 것으로 사업방향을 전환했다. 사업전환과 함께 기존에 어비드코리아 등과 검토했던 사업도 백지화됐다.
하지만 올해 도미니카 에너지광업부와 전력청(Cdeee)이 만자니요항 LNG발전소 사업을 국제입찰로 발주하기로 결정하면서 SK E&S는 다시 한국전력, 동서발전, 프랑스 펀드 넥스젠캐피탈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5월 입찰에 참여했다. 이와 함께 현대엔지니어링에는 해당 사업의 EPC(설계·조달·시공)사를 제안한 상태다.
어비드코리아와 에너지아2000SRL은 이 과정에서 SK E&S가 과거 두 회사가 진행한 사업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무단으로 사용해 입찰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SK E&S는 푸에르토플라타에 LNG터미널을 건설하기로 한 만큼 만자니요 LNG발전소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사전조사도 없었다는 것이다.
SK E&S는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에 EPC사 참여를 제안하면서 사업내용을 전달했는데 해당 내용이 어비드코리아와 에너지아2000SRL이 작성한 보고서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도 근거로 제시됐다.
어비드코리아 관계자는 “사업타당성 조사 등은 단기간에 할 수도 없는 작업”이라며 “그동안 푸에르토플라타 LNG터미널을 구상해 온 SK E&S는 만자니요 LNG발전소 사업 관련 조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당시 우리는 사업타당성조사 보고서를 SK E&S에 전달한 바 있다”며 “이를 협의도 없이 이번 입찰에 이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영향평가를 조사한 에너지아2000SRL 측은 이와 관련해 도미니카 검찰에 조사를 의뢰하고, 현지 언론을 통해 이번 사태를 공론화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별도로 국제소송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아2000SRL은 2017년 사업백지화 당시 SK E&S가 자사의 환경영향평가를 이용해 독자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주도미니카공화국한국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보낸 바 있다. SK E&S는 관련해 대사관에 일종의 해명 작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푸에르토플라타로 사업지를 변경하면서 사건은 자연스럽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SK E&S가 다시 만자니요항에서 사업을 진행하자 에너지아2000SRL은 검찰 고소까지 검토하게 된 것이다.
2016년부터 관련 사업을 추진한 만큼 별도의 사업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등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SK E&S 관계자는 “미국 법인을 통해 사업타당성조사를 마쳤으며 자체적인 현지 조사도 끝낸 상태”라며 “해당 기업의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SK E&S의 사업계획 상 발전 설비용량은 800MW인 것과 비교해 어비드코리아의 보고서는 720MW의 발전 설비를 조건으로 작성된 만큼 완전 다른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SK그룹의 윤리위원회 역시 해당 사건과 관련해 “특별한 법적위반, 윤리규정 위반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SK E&S의 이번 사업 입찰이 국제소송으로 번질 경우 우리 기업의 도미니카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도미니카 LNG 발전소를 두고 유력한 경쟁상대였던 가스공사가 무너진 현재, 도미니카의 비치니그룹(Grupo VICINI)이 최대 경쟁상대로 떠올랐다. 비치니그룹은 이 같은 이슈를 이용해 수주전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것이라는 게 도미니카 현지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측의 주장이 첨예한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법적절차를 통해 진위를 가려야 할 것”이라며 “다만 이번 이슈가 우리 기업의 도미니카 진출에 있어 장애물이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