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1개꼴 게임사 투자" 中 게임공룡 텐센트 왜 그리 급한가

2021-07-05 15:03
"상반기에만 27곳 투자"···'싹수' 있는 유망 게임사 '사냥'
Z세대 중심의 급변하는 게임 트렌드에 '발 맞추기'
'게임업' 진출한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추격 '위협적'

텐센트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게임공룡 텐센트가 올 상반기 왕성한 '먹성'을 과시했다. 특히 '싹수'가 있는 유망기업 중심으로 투자 사냥에 나선 모습이다.

중국 증권시보는 "이는 중국 게임업계 1위 왕좌를 지키려는 텐센트의 '초조함'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그만큼 중국 국내 게임업계 경쟁이 치열하단 의미다. 
 
◆ "상반기에만 27곳 투자"···'싹수' 있는 유망 게임사 '사냥'

중국 기업정보업체 톈옌차에 따르면 올 상반기 텐센트는 모두 27곳의 게임사에 투자했다. 일주일에 1개꼴로 투자한 셈이다. 

텐센트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특히 지난해 11~12월 두 달 사이에만 무려 13개 게임회사에 투자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 같은 공격적 투자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다.

투자는 중국 내 중소 게임사에 집중됐다. 액션어드벤처 게임 '쥬시렐름(惡果之地)' 개발상인 스페이스캔(宙貫科技, 위관커지), '미로섬(迷失島)' 개발상 코튼게임(胖布丁, 팡부딩), 던전 탐험 게임 '더그리디케이브(貪婪洞窟)' 개발상 아발론(阿哇龍科技, 아와룽커지) 등의 지분을 매입한 게 대표적이다.

게임 장르도 가리지 않는다. MMO(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 RPG(역할수행게임), SLG(전략시뮬레이션게임)는 물론 카드 게임, 캐주얼 게임 등 경쟁력 있는 게임 개발상이면 모두 '싹쓸이'하고 있다.

중국의 한 게임 플랫폼 애널리스트는 증권시보를 통해 "최근 텐센트는 조금이라도 유명한 게임기업이다 싶으면 일단 투자하고 본다"며 "그만큼 몸집 불리기가 절실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 Z세대 중심의 급변하는 게임 트렌드에 '발 맞추기'

텐센트 같은 대형업체는 이미 자체적으로 우수한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할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 그런데도 신생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건 급변하는 중국 게임시장에 빠르게 대응해 게임시장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장이 중국 아이루이컨설팅 최고경영자(CEO)는 "오늘날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가 시장 주력군으로 떠오르며 소비 트렌드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며 "게임산업도 '공급자' 중심의 시대는 지났으며, 이제 Z세대의 취향에 맞춰야 할 필요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텐센트 같은 대기업은 시장의 빠른 변화 속도에 맞춰 게임을 개발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대신 중소 유망 게임사에 '베팅'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싹수 있는' 잠재적 라이벌의 성장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게임 전문 애널리스트는 "게임은 아이디어 산업이다. 아이디어가 백화제방하듯 쏟아진다. 선두기업이라도 독점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또 모든 게임은 주기성이 있어서 시간이 흐르면 인기가 시들해지는 만큼, 텐센트로서는 '왕자영요'를 이어 왕좌를 지킬 '대박 게임'이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왕자영요는 텐센트가 2015년 11월 출시한  'MOBA(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 모바일게임으로, 6년 가까이 인기몰이 중이다. 그런데 최근 상하이 게임사 미호요의 '원신'이 다크호스로 등장해 왕자영요의 자리를 위협했다. 원신은 지난해 9월 말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매출 2억5000만달러 거둬들이며 전 세계 모바일게임 매출 1위로 올라서서 텐센트를 긴장시켰다.
 
​◆ '게임업' 진출한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추격 '위협적'

이뿐만이 아니다.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다른 중국 인터넷공룡도 게임산업에 진출하며 텐센트에 더욱 위협이 되고 있다.

2018년 게임업 진출을 선언한 바이트댄스는 잇달아 게임사에 투자해왔다. 특히 2018년 인수한 '조석광년(朝夕光年)'이 올해 출시한 일본만화 원피스 IP 기반의 '항해왕열혈항선(航海王熱血航線, 원피스 파이팅패스)'은 5월 단숨에 중국 시장 매출 순위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알리바바도 지난해 9월 산하 게임사업부를 그룹에서 분사시키는 등 게임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2017년 알리바바가 인수한 젠웨게임(簡悅遊戲)이 개발에 참여한 '삼국지 전략판'도 출시하자마자 대박을 터뜨렸다. 젠웨게임은 앞서 텐센트가 투자하려다가 수포로 돌아간 기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