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 해방일' 내년으로?...델타 변이 확산국 100개국 넘어
2021-07-04 10:40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B.1.617.2)의 전 세계 확산이 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립기념일을 앞둔 미국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델타 변이 감염이 만연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날을 '코로나19 해방일'로 기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델타 변이로 '반쪽짜리' 코로나 해방일로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P 등 외신에 따르면,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델타 변이 감염 사례가 약 100개국에서 확인됐다면서 전 세계가 "매우 위험한 시기"에 놓여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내년 이맘때쯤 모든 나라의 국민 70%가 백신을 맞도록 하자고 세계 지도자들에게 이미 요구했다"며 그렇게 해야 코로나19 대유행의 극성기를 효과적으로 종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WHO는 대형 체육행사로 인한 델타 변이 확산에 노심초사했다.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를 계기로 영국 등 유럽 지역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한 데 이어,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오는 23일 개막하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한스 클루주 WHO 유럽사무소 책임자는 "유로2020 집단감염 사례가 만연한 확산세(슈퍼 전파)로 번지지 않기를 바란다"면서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또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코로나19기술팀장은 "우리(WHO)는 주의를 촉구한다"면서 (대규모) 행사에 참석하겠다는 결정에는 '좋고 나쁨'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유의해달라고 권고했다.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맞는 미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독립기념일은 미국의 최대 국가 기념일 중 하나로,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을 미국인들이 '코로나19 해방일'로 맞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미국 행정부는 올 초 각종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백신 접종률 확대를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26일 미국 성인 인구의 절반이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했지만, 이후 미국의 백신 접종 속도는 확연히 떨어진 상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3일 오전 6시(미국 동부시간 기준)까지 총 3억3000만회분 이상의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다. 전체 인구 중 1회 이상 백신 접종 비율은 54.9%(1억8210만9860명), 최종 접종을 모두 마친 경우는 47.3%(1억5698만2549명)다.
미국 CDC는 12~18세 대상 청소년층의 화이자 백신 접종을 승인한 상태이며, 18세 이상 성인의 경우 67%가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했고, 최종 접종까지 마친 비율은 58.1% 수준이다.
미국의 7일 평균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21일 1만2046명까지 줄어든 이후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2일 기준 1만4146명으로 전주 대비 9% 이상 늘어났다.
특히 보수적 정치 성향으로 백신 접종률이 낮은 남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델타 변이 확산세가 만연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체 분석을 통해 미국 전역에서 방역 조치를 가장 빠르게 해제한 지역들인 미주리·아칸소·유타·캔자스·콜로라도주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델타 변이가 확산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지역의 신규 감염 사례 중 델타 변이 감염률은 각각 90%, 89%, 87%, 79%, 78%였으며, 해당 지역 모두 델타 변이가 지배주(Dominant Variant)인 상태다.
다만 높은 백신 접종률로 입원 환자와 중증·사망자 발생 비율은 크게 늘지 않은 상태라 바이든 대통령과 방역 당국은 "적절한 예방조치와 함께 축하하라"면서 주의 권고를 강화한 채로 4일 예정대로 제245회 독립기념일과 코로나19 독립 기념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다음날인 5일까지 이어지는 연휴를 맞아 여행 인파가 크게 늘고 각지에선 축하 행사가 예정된 상황이라 전문가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