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으로 환경오염 심각성 전하는 정재철 작가 기획전
2021-07-02 06:00
‘정재철: 사랑과 평화’ 전시, 8월 29일까지 아르코미술관
인형부터 돼지 저금통, 칫솔까지 다양한 해양 쓰레기로 만든 설치 작품은 너무나 거대했다. 문득 실제 바다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쓰레기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하나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종관)는 2021년 기획초대전 ‘정재철: 사랑과 평화’를 1일부터 오는 8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미술관장 임근혜)에서 연다.
기획초대전은 동시대 미술의 변화 속에서 예술적·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작가의 작업세계를 재조명하는 아르코미술관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여행과 삶이 곧 예술’이었던 고(故) 정재철(1959~2020) 의 작업을 현장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선보인다.
아르코 미술관은 “이번 전시는 지난 20여년 간 자신의 몸을 매체로 삼아 ‘경계를 넘고 관점을 이동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해온 그의 예술적 수행 과정에 주목한다”라며 “더불어 ‘경계’에 대한 물음을 통해 공유지에 대한 의식을 환기시키고, 재활용되어 순환하는 사물에 담긴 생태에 대한 사유를 살펴본다. 나아가 어떻게 미술의 실천이 시대와 교류하고 사회적 상황에 참여하고 개입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그의 질문을 이어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정재철: 사랑과 평화’는 작가의 유작을 중심으로 한 회고전 형식에서 벗어나 후배 세대의 연구자, 영상감독의 참여를 통해 작가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당대적 의미를 발굴하는 데에 주안점을 둔다.
1일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백종관 작가는 “정재철 작가님을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작가님이 작업했던 영상들과 글을 보면서, 그분이 느낀 것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기록 중 기존 전시에 사용하지 않은 것들을 사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전시 구성은 4개의 부분으로 이뤄진다. 제 1전시실의 ‘실크로드 프로젝트’(2004~2011)는 정 작가가 중국, 인도, 중앙아시아, 유럽을 여행하며 소비문화의 상징인 폐현수막으로 제작한 햇빛 가리개·현지어로 된 안내문·도장·사진기록·영상기록 등으로 구성된다.
제 2전시실의 ‘블루오션 프로젝트’(2013~2020)는 전국의 해안가를 다니며 수집한 해양 쓰레기를 재구성한 설치 작품을 통해 경계 너머 공유지인 생태계에 대한 작가의 인식을 드러낸다.
'블루오션 프로젝트'는 2013년부터 신안군, 제주도, 영흥도, 독도, 새만금, 백령도 등 동서남북 해안가의 답사를 실행한 현장 조사 프로젝트이다.
섬에 떠밀려온 수많은 해양 쓰레기들을 보면서 작가는 다른 해안도 그러한지 답사를 떠나 해안가 주변을 기록하고, 쓰레기를 수집했으며, 주민들의 인터뷰와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기반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마을 등을 기반으로 ‘미술언어’로 가능한 실천을 고민했다.
고고학적 태도로 재개발 지역에서 가져온 돌, 씨앗, 버려진 식물 등을 수집하고 분류한 ‘로컬처럼 살기’는 장소의 역사와 공동체가 일구어 낸 궤적에 대한 작가의 탐구를 보여준다.
마지막 아카이브(기록보관) 섹션은 ‘확장된 조각’, ‘교류’, ‘이동 · 유목’, ‘장소와 시간’을 주제로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작업의 변천과정, 그리고 장소 특정적 설치, 공공미술 작업 등을 다양한 자료로 통해 소개한다.
전시제목 ‘사랑과 평화’는 2010년도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마지막 여행지였던 영국 런던에서 팔러먼트 광장(Parliament Square)을 점거한 반전 시위 캠프의 천막 위에 한글로 적은 문구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랑’과 ‘평화’를 위해 긴 여정을 떠났던 고인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