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인싸 이야기] '비둘기파'vs'매파'로 갈린 연준…통화정책 불확실성↑

2021-07-02 05:00
"팬데믹 위기 극복 한 목소리 내던 연준, 이젠 분열"
정책 결정권 가진 FOMC 위원 모두 "긴축 시기상조"
2022년 FOMC 진입 앞둔 연은 총재 4명, 전부 '매파'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분열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사진=로이터통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함께 찾아온 물가상승(인플레이션)에 전 세계 중앙은행이 골머리 앓고 있다. 갈수록 빨라지는 경기회복세에 현행의 통화완화 정책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과 긴축을 도입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의견이 강하게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 채권, 주식 등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연준이 통화정책 변화를 두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기간 위기가 끝날 때까지 전면적인 경기부양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오던 연준 위원들이 갑자기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통화 긴축'을 두고 연준 위원들이 각기 다른 의견을 내고 있고, 이들의 견해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도 앞서 6월 FOMC 이후 나온 연준 인사들의 공개발언을 두고 "미국 물가상승 압력 지속 기간 판단을 두고 연준이 두 개의 진영으로 갈렸다"고 꼬집었다.

NYT는 수개월 동안 높아진 자산가치와 예상보다 빠른 물가상승에 대한 위험 대응 방안을 두고 중앙은행의 의견이 점점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이 세계적 대유행 이후 변화한 경제 상황에 맞게 현행의 통화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매파(hawkish·강경파)' 세력과 아직 완벽한 경제회복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통화완화 기조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비둘기파(dove·온건파)' 세력으로 갈려져 대립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등 연준 고위 당국자들은 '통화완화 기조 유지'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등 다른 당국자들은 연준의 비둘기파적 기조를 지적하며 조기 긴축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왼쪽)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누리집 갈무리]

 
◆'비둘기파'로 뭉친 FOMC···"인플레 결국 완화된다"

연준 주요 인사들의 통화정책 발언이 담긴 외신 보도를 분석한 결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으로 활동 중인 연준 당국자들은 하나같이 현재의 물가상승률이 높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의 수장인 파월 의장은 시장의 물가급등 우려에도 꾸준히 비둘기파적 태도를 재확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2일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꽤 상당한 부분 또는 인플레이션 오버슈팅(overshooting) 대부분은 경제활동 재개로부터 온 것"이라며 현재의 물가급등은 일시적 현상으로 올해가 지나면 급등세가 사라질 것으로 봤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도 최근 공개연설을 통해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경제의) 확실한 진전을 봤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연준)가 설정한 실질적인 진전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물가의 급격한 상승은 대부분 일시적"이라고 주장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블룸버그TV 대담(인터뷰)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당장 연준의 핵심적인 이슈(현안)가 아니며, 아직 먼 얘기"라고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윌리엄스 총재는 물가상승률 보다 고용시장에 더 주목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확실히 약간의 (경제회복) 진전을 이뤘다. 우리는 고용의 진전을 봤고, 인플레이션도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내 관점으로는 연준의 고용 목표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며 "물가상승은 일시적인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물가급등의 원인으로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꼽으며 "병목현상이 해소되면 이런 물가 압박도 완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물가상승세 완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6월 FOMC 정례회의 이후 발표된 성명서에 따르면 연준 통화정책 투표권을 가진 FOMC 위원은 △제롬 파월 의장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랜들 퀼스 부의장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미셸 보먼 이사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 등 6명과 △존 윌리엄스(뉴욕) △토마스 바킨(리치몬드) △래피엘 보스틱(애틀랜타) △메리 데일리(샌프란시스코) △찰스 에반스(시카고) 등 연은 총재 5명으로, 총 11명이다.

이들 중 매파적 성향은 바킨 총재와 보스틱 총재뿐이다. 나머지 9명은 비둘기파 혹은 중도파로 분류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 에스더 조지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사진=CNBC 누리집 갈무리]

 
◆FOMC 진입 대기 중인 '매파' 지역 연은 총재들

문제는 불러드 총재 등 매파적 성향의 연준 당국자들이 내년에 FOMC 위원으로 활동한다는 점이다.

이 중 파월 의장 등 연준 이사와 윌리엄스 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지역 연은 총재들은 교체된다. 내년 FOMC 위원으로 활동하는 지역 연은 총재에는 △제임스 불러드(세인트루이스) △로레타 메스터(클리블랜드) △ 에릭 로젠그렌(보스턴) △에스더 조지(캔자스시티) 등이다. 이들 4명 모두 매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미국 통화정책 결정을 둘러싼 연준 내 의견충돌이 한층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러드 총재는 최근 비둘기파에서 매파로 돌아서 주목을 받았다.

불러드 총재는 최근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연준 인사 중 한 명이다. 불러드 총재는 과거 연준의 대표적인 비둘기파 인사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앞선 CNBC 대담에서 돌연 조기 긴축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며 매파로 돌아섰다. 그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연준 정책이 아직 바뀔 때가 아니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2022년 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하며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다.

불러드 총재는 물가상승 속도가 연준의 예상보다 또 과거보다 훨씬 빠르다고 지적하며 물가압력을 억제하기 위해선 연준이 좀 더 매파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변동성이 있는 환경이고, 우리는 물가상승 위험을 갖고 있다"며 "FOMC가 선택지를 마련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고, 이것이 향후 자산매입축소 논의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젠그렌 총재는 연준이 올해 말 자산매입축소를 시행하고, 내년 말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그는 특히 미국 주택시장 과열을 문제 삼으며 매월 최소 400억 달러 규모로 이뤄지는 연준의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로젠그렌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 대담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부동산 시장에서 흔히 발생했던 거품-붕괴 주기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며 연준이 MBS 매입 규모를 먼저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지 총재도 지난 5월 한 행사에서 현재의 물가상승 움직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6월 FOMC 정례회의 이후 관련 공개발언은 없는 상태다. 메스터 총재는 미국 경제 상황이 자산매입축소 여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도 연준의 대표적인 매파적 인물로, 조기 긴축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