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드러낸 공군..."문제 해결 갈피도 못잡겠다" 토로

2021-06-30 18:08
박인호 신임 공군총장 내정자 임명 이례적 연기
여중사 사건 봐주기 의혹에 국정조사 요구 빗발
공군사관학교선 실탄 140발 분실…군당국 수사

청와대가 신임 공군 참모총장에 박인호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 본부장을 내정했다가 검증을 위해 임명을 미루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사진=공군 제공]
 

쏟아지는 악재에 공군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성추행 피해 신고 후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사퇴했다. 박인호 신임 공군참모총장 내정자는 발표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이례적으로 임명이 미뤄졌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여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봐주기' 의혹을 제기하며 국방부 수사 한 달 만에 국정조사를 압박하고 있다. 피해자 유족들 역시 국방부 수사에 한계를 느낀다며 "국회 차원의 조사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30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전날 국무회의에는 박 내정자 임명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 내정자는 29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임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국무회의에는 해당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으며, 30일로 예정됐던 총장 취임식도 연기됐다. 총장 낙점 후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국무회의 심의가 늦어진 것만으로도 부실검증 논란을 피하기가 어렵다"며 "공군 조직 재정비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군참모총장 내정자에 대한 심의는 향후 국무회의 일정과 임명 절차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군인권센터는 30일 공군 군사경찰단이 이번 사건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을 폭로했다.

설상가상으로 공군사관학교(공사)에서는 최근 실탄 140발이 사라져 군 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

올해 2분기 공사 총기·탄약 검사 과정에서 5.56㎜ 예광탄 수량이 전산 기록보다 140발이 모자란 사실을 확인한 공군은 "추후 동일 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며 몸을 한껏 낮췄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공군 관계자는 "이렇게 조직이 흔들린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라며 "쏟아지는 악재에 돌파구나 해결에 대한 갈피도 못 잡겠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