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발신제한' 조우진 "22년 만에 첫 단독 주연…성장의 기회"
2021-06-29 00:00
영화 '발신제한'은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 분)가 아이들을 태우고 출근하던 아침,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라는 의문의 전화를 받으며 위기에 빠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 중 조우진은 폭탄 테러범에게 위협을 받는 은행센터장이자 한 가정의 아버지 성규 역을 맡았다. 테러범의 협박을 받고 위기에 처했지만,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분투하는 인물. 조우진은 데뷔 22년 만에 단독 주연을 맡아 성규가 느끼는 다양한 심경을 표현,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조우진의 일문일답.
- 글은 상상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완성된 영화가 두 손으로 멱살을 끌고 가는 느낌이라면 대본은 한 손으로 잡고 가는 느낌이었다. 분명 타격감이나 속도감은 덜 했다. 영화를 보고 '아, 이 정도로 속도감 넘치고 거친 호흡으로 달려갈 줄이야….' 놀라웠다. 시사회 마치고 복도에서 감독님 손을 꼭 잡았다. '정말 고생하셨어요'라고 인사했다.
조우진의 새로운 얼굴을 보았다는 점에서도 새로웠다. 누아르나 코미디에서도 활약했지만, 일상적인 모습의 조우진은 낯설더라. 잠든 얼굴로 시작하는 오프닝도 인상 깊었다
한정적인 공간(차 안)에서 연기해야 했다. 어려움이 많았을 거 같은데
- 물리적인 피로도 컸지만, 고독감이 더 크더라. 외로운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 장면을 홀로 끌고 가야 할 때가 많았다. 폭탄을 가진 채 달려야 하는데 심리적 압박이 크더라. 인물을 어떻게 실감 나게 연기 할 수 있을까? 질문을 세분화해 던지기로 했다. 그런 부분을 하나부터 백까지 감독님과 공유했다. 감정을 세분화할수록 적확하고 밀도 높은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극 중 성규가 성장했듯 '발신제한'을 찍으며 조우진도 성장할 수 있었다.
촬영하며 폐쇄공포증까지 생겼다고 들었다
- 촬영할 때 내색하진 않았지만 폐쇄공포증이 생겨 고생했다. 심하면 잠깐 차에서 내려서 바람을 쐬기도 했다. 극한의 긴장감을 갖고 인물을 몰아세우니까 숨이 턱 막히더라. 이따금 불안감이 엄습했다. 감정 소모가 심한 장면일수록 쉼표를 던지려고 했다. 농담도 더 많이 하고······. 그렇지 않으면 못 견디겠더라.
은행 센터장이라는 직업은 어땠나? 사전에 자료 조사를 했나?
- 설득력이 있으려면 자료 조사를 열심히 해야 한다. 하루 근무시간이 얼마나 되고 주로 무슨 일을 하는지, 휴일에는 무얼 하는지 여쭤보았다. 직업군에 관련된 연기를 할 때는 그럴듯하게 보여야 하므로 태도나 품새 같은 걸 최대한 가져오려고 했다.
성규는 극한 상황에 처해있는 인물이다. 이 인물이 겪는 혼란을 관객에게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 저는 가장 첫 번째 관객이 우리 제작진이라는 생각이다. 그들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관객에게도 닿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매 순간 이들부터 설득하자' 생각했다.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밀도 있는 감정을 품고 있어야겠더라. 제작진에게 많이 도와달라고 했다. 조금이라도 틀어지거나 어색한 부분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불평불만 없이 모두 맞춰주더라. 그들의 녹에 누가 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늘 감동적이었다.
- 지창욱의 눈빛이 내게 많은 도움을 줬다. 눈빛에 모든 드라마가 다 담겨있다. 이런 눈빛을 보며 영감을 떠올리고 연기할 수 있다는 건 복된 기회다.
딸로 출연한 이재인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는데
-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저만 알고 싶은 배우다. 정말 보석 같다. 어떻게 이렇게 감정 조절에 능할까? 감독님이 원하는 걸 정확하게 알아내고 흔들림 없이 연기한다.
'발신제한'에 관한 애정이 엄청나 보인다. 극장에서 '발신제한'을 만날 관객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 정말 혼을 담아 만들었다. 영화관에서 즐길 수 있을 만큼은 잘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호오가 갈릴 수는 있겠으나 분명 새로운 미덕이 있다고 본다. 타격감과 속도감이 넘치며 장르적 재미도 있다. 거기에 부녀간 조화(케미)는 몰래 숨겨 놓은 선물이다. 94분 동안 즐겁게 관람하실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