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서형 "'여고괴담6', 꼭 내가 해야겠다고…10편까지 만들어지길"
2021-06-25 00:00
배우 김서형(48)에게도 그렇다. 음악 교사 희연 역으로 '여고괴담4'에 출연했던 그는 16년 만에 '여고괴담' 연속물로 돌아왔다. 누구보다 '여고괴담' 시리즈(연속물)의 부활을 바란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영화에 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고 이춘연 대표님이 '여고괴담6' 출연을 제안하셨어요. 12년 만에 이 영화를 만드신다고 해서 정말 기뻤죠. 10편까지 건강하게 만드시지 않을까? 배우로서 응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 '여고괴담6'는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모교의 교감으로 부임한 '은희(김서형 분)'가 학교 내 문제아 '하영(김현수 분)'을 만나 오랜 시간 감춰져 있던 장소를 발견하게 되고 잃어버렸던 기억을 찾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대본을 읽고 '내가 꼭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은희가 가진 서사를 보며 제대로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드라마 '스카이캐슬' 이후 사고 후유 장애(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는데, 이 영화가 저의 갈증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드라마 '스카이캐슬'(2018) 김주영 역은 김서형에게 엄청난 인기를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트라우마를 안겨준 인물이었다. 매 작품 등장인물을 완벽히 이해하고 몇 번이고 부딪치고 깨져야 몰입할 수 있는 그였기에 김주영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며 몇 배의 괴로움을 느꼈다는 것.
"'스카이 캐슬'이 끝나고 헛헛함을 느꼈어요. 연기에 관한 아쉬움이랄까요. 뭔가 다 꺼내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죠. 연기할 인물의 서사를 직접 만들곤 하는데 김주영의 경우 의문점을 다 풀지 못한 채 연기에 임했어요. 연기하면서도 계속 답답한 마음이 들었죠. '스카이 캐슬'을 마친 뒤 곧바로 '여고괴담6'에 돌입했어요. 뭔가 더 내려놓고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가 편집되면서 많은 정보가 빠져서 어려워하고 복잡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저도 과거 은희와 재연이라는 인물에 관해 헷갈리기도 했거든요. 재연이 은희 친구인지 아니면 제 기억의 망상인지. 피해자로서 만들어 낸 인물일 거로 생각했는데 감독님과 상의하며 바뀌기도 했어요. '어쩌면 은희가 모교로 돌아왔을 때 기억을 잃지 않았던 건 아닐까?'를 하며 연기를 시작했죠. 저는 어렵게 생각하고 연기하지 않았어요."
그는 은희라는 인물에 관해 이야기하며 여러 차례 고민하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은희는 과거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고 현재 모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중심이기도 한 인물이다. 그를 '피해자' '가해자'로 표현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편집된 장면 중 은희가 트렁크를 화장실에 보관하는 신이 있어요. 그 장면이 편집되지 않았다면 이야기 흐름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쉬웠을까요? 은희를 두고 '피해자' '가해자'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말하고서도 의문이 들어요. 그를 가해자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슬프니까요. 기억이 없는 은희와 기억이 떠오른 은희의 양면적인 모습을 대비적으로 표현하긴 했었어요."
"후배들과 연차도 많이 차이 나고…특히 (김)현수는 촬영 전 '스카이 캐슬'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선입견이나 어려움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나이와 연차를 크게 따지지 않아요. 연기를 목적으로 함께 할 때 '선배' '후배'는 중요하지 않거든요. 현수도 (김)형서 씨도 현장에서 정말 잘 버텨줘서 고마울 따름이에요."
드라마 '파리의 연인' '아내의 유혹' '자이언트' '굿와이프' '스카이 캐슬' 영화 '여고괴담4' '베를린' '악녀' 최신작인 '여고괴담6' 드라마 '마인' 등에 이르기까지. 김서형은 극적인 상황을 담은 작품이나 과장된 역할을 맡더라도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법한 인물로 만들어내곤 했다. 역할을 샅샅이 뜯어보고 완벽하게 이해하며 연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작품이 허구라는 걸 알지만 진심으로 만들어야 시청자들이 홀릴 수 있는 것 같아요. 허구의 인물을 실존 인물인 것처럼 대하려고 노력하죠. 그런 면을 (대중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연기자로서는 매 인물을 사랑으로 대하려고 하니 힘들어요. 저는 그 역할의 성장기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만들고 (작품을) 시작하거든요. 저 역시도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제게 숙제기도 하고요."
김서형은 '아내의 유혹' '스카이 캐슬' '굿와이프' '악녀'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강한 인상을 받은 인물을 연기해왔다. 이른바 '센캐(릭터)'라고 불리는 인물들을 통해 그는 엄청난 팬덤을 얻기도 했다.
"제가 '센캐'를 다양하게 잘 소화하긴 했죠. 하하하. '스카이 캐슬' 이후 행운이 따르는 거 같아요. 작품, 대본, 캐릭터 등 삼박자가 잘 맞기도 했고요. 저 스스로 고생했다고 어깨를 두드려주기도 해요."
최근에는 드라마 '마인'을 통해 성 소수자 역할을 연기, 깊은 내면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짧은 멜로였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을 정도. 영화 '캐롤'(성 소수자 이야기를 다룬 멜로 영화)의 케이트 블란쳇과 비견되기도 했다.
"'마인'은 서사가 참 좋았어요. 가장 좋았던 건 로맨스였죠.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요. 이 작품을 잘 해내면 다음 멜로도 잘해 볼 수 있겠다는 약간의 기대를 품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