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할까] 지하철 타고 떠나는 강서구 시간여행

2021-06-26 06:00
항공 역사 한눈에… 국립항공박물관 나들이
겸재정선미술관부터 양천향교까지 한 번에
정원문화의 과거와 현재는 서울식물원에서

여행 욕구가 꿈틀댄다. 멀리 가긴 힘들고, 가까운 지역의 구석구석을 돌아볼 요량으로 집을 나섰다. 서울관광재단이 이달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한 강서구에는 아이들과 함께하기 좋은 관광 명소가 있단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자는 아이를 깨워 집을 나선다. 

강서구는 조선시대 양천현이 있었다. 당시 행정구역상 도성 밖에 있었기에 서울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이곳은 바다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물길에 자리하고 있어 중요한 길목으로 통했다.

강서구에는 과거 한강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는 겸재정선미술관과 궁산, 치유 명소인 서울식물원, 첨단연구단지에 들어선 스페이스K 미술관, 항공의 역사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국립항공박물관까지 우리나라 과거와 미래를 만날 수 있다. 그것도 지하철을 타고.
 

소악루에서 바라본 한경 풍경. 겸재 정선은 궁산에 올라 안현석봉과 소악후월을 그렸다. [사진=서울관광재단 제공]

​◆정선이 그린 한양 풍경 따라 겸재정선미술관·궁산·양천향교

강서구에 겸재정선미술관이 들어선 이유는 정선이 65세가 되던 해인 1740년부터 1745년까지 양천현령을 지내며 인연을 맺은 덕이다. 그는 현령을 지내며 한강 일대의 풍경을 그린 <경교명승첩>과 양천현아 근처에서 조망되는 아름다운 장소 8곳을 선별해 그린 <양천팔경첩>을 남겼다.

강서구는 정선의 업적을 기리고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2009년 양천현아터 인근에 겸재정선미술관을 개관했다. 미술관에는 정선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시기별로 정리해놓아 그의 예술 활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겸재 정선은 자신이 바라본 풍경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진경산수화를 자신만의 화풍으로 발전시켰다. 금강산의 서쪽 지역인 내금강을 둘러보고 그린 <금강전도>가 대표작이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겸재 정선의 작품도 있다. 바로 1000원짜리 지폐 뒷면에 있는 <계상정거도>다. 앞면의 인물인 퇴계 이황 선생이 머물던 도산서원을 중심으로 그 주변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 고요히 지내다’라는 작품 이름처럼 산이 병풍처럼 늘어섰고 앞에는 강이 흐른다. 또 가운데에 아늑하게 자리한 암자를 그렸다. 

미술관을 둘러보고 나면 3층의 출구로 나와 뒤편에 있는 궁산에 올라 소악루를 찾아가 본다. 궁산 진입로에서 소악루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 남짓.

겸재 정선은 궁산과 관련된 작품도 2개 남겼다. 궁산에 올라 강 건너편에 있는 안현의 봉홧불을 바라본 전경을 그린 <안현석봉>과 궁산 동쪽 기슭에 있던 소악루에서 달이 뜨는 풍경을 감상하는 그림을 그린 <소악후월>이다.

당시 소악루에 오르면 안산, 인왕산, 남산, 관악산 등이 한눈에 보이며 한강 줄기가 끝없이 이어졌다고 한다. 지금은 개발로 인해 풍경이 많이 바뀌었지만, 정선의 그림을 보면 300년 전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진다. 

궁산에서 내려와 양천향교로 향한다. 향교는 지방의 교육을 담당하고, 중국과 한국의 유교 선현에게 제사를 지내는 문묘 기능을 하던 곳이다.

양천향교는 서울시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향교로 서울시 문화재 기념물 제8호로 지정되어 있다. 향교 내부에 들어가면 정면에 명륜당을 마주하며 양옆으로 서재와 동재가 서 있고, 명륜당 뒤로 공자의 위패를 모시는 대성전이 있다.
 

서울식물원 '주제원'에 있는 버블 가든. [사진=서울관광재단 제공]

◆세계 12개 도시 식물을 한 번에··· 누적 방문자 1000만명을 넘어선 서울식물원

강서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나들이 명소가 또 있다. 서울식물원이다. 마곡에 첨단산업지구를 세우고 그 한가운데 생태, 문화를 융합한 식물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 덕에 탄생했다. 

서울 최초의 도시형 식물원으로 열린 공원, 호수원, 습지원, 주제정원, 온실로 구성되어 있다. 열대·지중해 12개 도시의 식물을 전시한 온실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상쾌하게 숲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낼 수 있어 방문객에게 인기 만점이다.

온실의 절반은 열대관, 나머지 절반은 지중해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열대관은 적도 근처에 위치하여 평균 기온이 18도 이상인 나라에 분포하는 식물을 가꾸어놓았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도 보리수, 베트남 하노이의 망고, 콜롬비아 보고타의 코코넛 야자, 브라질 상파울루의 빅토리아수련이 대표 식물로 이 중 아마존의 밀림을 재현한 상파울루 구간이 열대관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한다.

열대 지역의 기후답게 다소 후덥지근하고 공기가 무겁게 느껴지지만 짙푸른 이파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신비의 숲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열대관을 지나면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는 지중해관으로 들어선다.

스페인, 미국, 이탈리아, 그리스, 호주,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우즈베키스탄의 식물이 분포돼 있는데, 그중에서도 지중해의 상징인 올리브나무가 우뚝 선 모습이 눈에 띈다. 

지중해관을 지나면 스카이워크를 따라 열대관 위를 지나 출구로 향한다.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온실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본다. 코로나19 여파에 어지러운 마음이 치유되는 듯한 기분이다.

우리나라 정원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경험할 수 있는 주제정원도 볼거리다. 참억새와 실새풀 등이 바람이 불 때마다 부딪히며 내는 소리를 즐기는 바람의 정원, 계절을 대표하는 꽃을 심은 오늘의 정원, 한때 흔했지만 점차 잊힌 식물을 가꾼 추억의 정원, 자연을 정원으로 끌어들이는 한국 정원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사색의 정원 등 총 8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국립항공박물관 1층 전시장 천장에 걸린 비행기. [사진=서울관광재단 제공]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는 항공 산업, 국립항공박물관

몰랐다. 국립항공박물관이 강서구에 있다는 것을. 이곳에는 우리나라의 항공과 관련된 이야기도 전시됐다.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신문은 '대한이 처음으로 가지는 비행가 6인'이라는 제목으로 조종사 복장을 한 7명의 사진을 실었다.

임시정부의 군무총장이었던 노백린은 레드우드 비행학교에서 조종술을 배우고 있는 한인 청년들을 만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비행학교 설립에 함께하기를 제안했다. 이들은 흔쾌히 수락하였으며 소식을 전하기 위해 찍은 기념사진이 독립신문에 대서특필됐다. 

빛바랜 사진 속에 대원들이 늠름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뭉클해진다. 독립운동에 도움이 되기 위해 시작한 비행학교는 재정난을 겪으며 문을 닫았다가, 광복군 창설 당시 비행대 편성을 언급해 공군을 설계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1층의 전시관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각종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볼 수 있다. 

비행기 조종석과 관제탑을 재현한 체험공간에서 직접 비행기 조작법을 배우고 관제탑과 교신을 해보는 조종관제 체험부터 항공기 안전교육, 비상탈출 훈련을 체험하며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이해하는 기내훈련 체험, 가상현실을 이용해 경량 항공기,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 드론 레이싱 등을 탑승해보는 4D 체험공간 항공레포츠 체험까지 다양하다. 

국립항공박물관의 공식 캐릭터인 나래와 함께 공항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놀이터 어린이 공항 체험, 360도로 회전하는 공군 에어쇼팀인 블랙이글 제트기 조종사 시점으로 가상현실을 활용한 탑승 체험 시설인 블랙이글 탑승 체험도 있다. 프로그램은 하루에 7회로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다. 국립항공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을 한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스페이스K 전경.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미술관의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사진=서울관광재단 제공]

◆건축물이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스페이스K 서울

연구·업무 단지가 주를 이루는 고층 건물이 늘어선 마곡지구에 낮은 지붕을 한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섰다. 코오롱사가 만든 미술관 스페이스K다.

코오롱은 2018년 마곡산업단지에 ‘코오롱 one&only 타워’를 건립하면서 근처에 공공기여 형식으로 미술관을 건축해 지난해 9월 개관했다.

코오롱사는 미술관을 서울시에 무상으로 기부했고, 20년간 운영을 맡는다. 미술관 이상의 사회 공헌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상징적인 공간이 됐다. 

스페이스K는 도심 속에 자리한 녹지 및 휴식 장소이자 미술이라는 매개로 이루어진 문화 공공 공간을 표방한다. 미술관은 주변 건물들이 반듯한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진 것과 다르게 고래가 물 밖으로 살짝 고개를 내민 것처럼 곡선으로 이루어졌다. 내부의 전시공간은 작품 20여점을 전시할 수 있는 규모로 조성됐다. 

지난 24일부터 영국 출신의 개념 미술가 ‘라이언 갠더’의 개인전인 <변화율>이 열리고 있다. 시간으로부터 파생된 작가의 생각을 설치와 조각, 평면,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풀어낸 작품을 볼 수 있고 야외에도 대형 조각품을 함께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