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기습추행' 카드 꺼내든 오거돈, 법적 처벌 피할 수 있을까

2021-06-25 03:00
①유인해 추행했다면 '계획적 범죄'...형량 가중
②폭행 자체가 추행으로 인정될 경우 '처벌 가능'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1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제추행이 아닌 기습추행이었다." 직원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기습추행'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검찰은 지난 21일 오 전 시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강제추행, 강제추행 미수, 강제추행치상, 무고 혐의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오 전 시장의 범죄를 위계에 의한 '권력형 성범죄'로 규정한 검찰은 피해자 두 명의 범죄가 유사해 일회성이나 충동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며 강제추행 치사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여기에 치매 등 건강상의 문제를 거론하며 선처를 호소하는 전략을 폈다.

오 전 시장 측이 주장하는 '기습추행'은 피해자가 예상하지 못한 틈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이뤄진 추행을 뜻한다. 피해자 몰래 갑자기 껴안거나 입을 맞추는 행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게 한 뒤 강제로 추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강제추행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이처럼 오 전 시장이 법원의 선고를 앞두고 '기습추행' 카드를 꺼내 들자 일각에서는 처벌을 피하거나 형량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①유인해 추행했다면 '계획적 범죄'...형량 가중

오 전 시장은 계획적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다. 오 전 시장 변호인은 "해당 사건은 일회성이고 우발적 기습추행으로 봐야 한다"며 "(게다가 피해자의) 증상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에서 이에 따른 모든 형사 책임을 피고인에게 돌릴 수는 없다"고 변론했다. 

법원이 마련한 '강제추행죄 양형 기준안'에 따르면 피해자를 유인한 뒤 추행한 계획적 범행으로 인정된 경우에는 재판부가 형량을 가중할 수 있다. 현재 오 전 시장은 피해자를 집무실로 불러들인 뒤 추행을 한 것으로 파악된 상태다. 만약 재판부가 오 전 시장이 피해자를 집무실로 부른 이유가 '추행할 목적'이었다고 볼 경우, 계획적 범행으로 인정돼 형량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②폭행 자체가 추행으로 인정될 경우 '처벌 가능'

현행법상 추행을 형사처벌하는 규정은 형법 298조 '강제추행'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성폭력처벌법) 11조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두 가지다.

형법 298조에 따르면 강제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해 추행한 경우'에 성립한다. 폭행이나 협박으로 피해자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한 상태에서 추행할 때 강제추행죄가 인정되는 것이다. 이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성폭력처벌법 11조에 따르면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은 '대중교통수단이나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경우'에 성립한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범죄가 되지만, 범행 장소가 반드시 공중 밀집 장소여야 한다.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018년 부산시청 직원 A씨를 강제추행하고 지난해 4월에도 시장 집무실에서 직원 B씨를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B씨에 대해서는 추행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상해를 입힌 강제추행치사 혐의도 적용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시장 집무실이 공중 밀집 장소로 구분되지 않고, 오 전 시장의 추행이 폭행이나 협박을 동원한 강제 추행에도 해당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처벌이 어렵지 않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판례에 따르면 처벌할 수 있다. 2015년 9월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가해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 자체가 추행이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돼 있다. 갑자기 뒤에서 피해자를 껴안는 행위도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판시돼 있어 오 전 시장 역시 법적 처벌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 전 시장의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29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