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메타버스] ② 메타버스, 어디까지 뻗어나갈까…313조원 시장 열린다

2021-06-15 00:05
메타버스서 대통령 선거 유세…패션·스포츠·축제도
VR·AR 기기 발달이 '메타버스' 가속
국내서도 선점 움직임

메타버스로 구현된 순천향대 대운동장에서 열리는 2021년 신입생 입학식 전경. [사진=SKT 제공]
 

메타버스가 MZ세대 게임 플랫폼을 넘어 다양한 산업에 적용돼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25년 313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술 발달과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플랫폼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메타버스를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며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이란 뜻의 그리스어 접두사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가리키는 단어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과 가상이 섞인 공간으로, 물리적 한계를 초월해 온라인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거나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이 더해져 가상 공간을 만들어낸다.

메타버스는 최근 게임, 소셜미디어(SNS) 등과 결합해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끄는 '로블록스'는 지난해 8월 기준 전 세계 1억6400만명의 사용자층을 확보했다. 네이버제트의 '제페토'는 지난해 연말 기준 전 세계 이용자 수가 2억명에 달한다.

관련 서비스들은 인기 게임을 넘어 새로운 경제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로블록스 플랫폼 내 거래는 가상화폐 '로벅스'를 통해 이뤄진다. 현실 화폐로 환전도 가능해 게임 개발, 아이템 판매 등으로 연간 200만 달러(약 22억원)가 넘는 수익을 올리는 이용자도 있다. 지난해 로블록스 내에서 개발된 게임 2000만개의 누적 수익은 2억5000만 달러(약 2793억원)에 달한다.

정용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로블록스는 현재의 게임 유통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유통하는 게임 기반의 플랫폼화, 즉 메타버스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어스2', '디센트럴랜드' 등 가상 부동산도 등장했다. 천연자원이 있는 땅을 사거나, 건물을 지어 소득이 발생하게 할 수 있다. 대체불가토큰(NFT) 분석 사이트 넌펀저블닷컴에 따르면 디센트럴랜드 '랜드' 한 개 가격은 지난 2019년 평균 780달러(약 87만원)에서 최근 2700달러(약 302만원)까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내 거래가 NFT 등과 결합하면 본격적인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메타버스에 NFT 등을 도입해 유일성을 부여한다면 가상 공간에서 자기만의 표현 방식을 갖게 되는 가상 경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페토와 구찌 협업 사진. [사진=네이버Z 제공]

선거 유세부터 패션까지…VR·AR 기기 발달이 '메타버스' 가속
메타버스는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산업 영역과 결합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선거 당시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유세를 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대규모 공연이 어려운 상황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메타버스로 무대를 옮겼다. 미국의 유명 래퍼 트레비스 스콧은 게임 플랫폼 포트나이트에서 연 가상 공연에 1230만명이 몰려 2000만 달러(약 223억원)를 벌었다. 제페토에서 열린 블랙핑크 버추얼 팬 사인회에는 4600만명이 몰렸다.

패션 업계도 메타버스를 주목한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지난 2월 제페토에 '구찌 빌라'를 열고 의상과 가방 등을 판매한다. 커피 한 잔 값이면 현실에서는 사기 어려운 명품을 가상공간 속 내 캐릭터에게 입힐 수 있다. 나이키, MLB 등 MZ세대 인기 브랜드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마케팅 채널로 사용하고 있다.

SKT와 카카오 VX는 골프 중계에 메타버스를 도입했다. 가상의 3D 코스 위에 볼 낙하지점, 볼 궤적, 비거리, 남은 거리, 샷 분포도 등의 각종 데이터를 보여주며 몰입감을 높였다. 가상 공간에서 선수의 티샷 궤적을 실감 나게 볼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메타버스 수술실을 구현해 수술 장면을 참관할 수 있게 하는 등 의료 현장에서도 메타버스 도입이 활발하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대학 입학식이나 축제를 개최하기도 하고, 기업들은 채용 설명회를 열기도 한다.

VR·AR 기기 등 하드웨어 기술이 발달하며 메타버스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이용자와 가상 공간 간 거리가 좁혀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 2019년 455억 달러(약 51조원) 규모의 메타버스 관련 VR·AR 시장이 2030년에는 1조5429억 달러(약 172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페이스북의 VR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가 대표적인 메타버스 단말기다. 올해 초 500만대 이상 판매됐으며,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100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에서도 출시 직후 1차 물량은 3일 만에, 2차 물량은 4분 만에 동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전망. [그래픽=김효곤 기자]

312조원 시장 잡아라…국내서도 선점 움직임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메타버스 시장이 올해 460억 달러(약 51조원) 규모에서 오는 2025년 2800억 달러(약 31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대차, 분당서울대병원, 네이버랩스, 맥스트, 버넥트, 라온텍,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카카오엔터, CJ ENM, 롯데월드 등과 민·관 연합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이동통신사들도 메타버스 시장 선점에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SKT는 지난해 VR 휴먼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로 심금을 울린 '비브스튜디오스'와 사업 협력·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메타버스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KT는 최근 국내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을 위해 '메타버스 원팀'을 결성했다. 딜루션, 모온컴퍼니, 버넥트, 스마일게이트스토브,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아바엔터테인먼트, 위지윅스튜디오, 조이그램, 코아소프트 등 9개 기업과 국내 VR·AR 기업 연합체인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가 참여한다.

LG유플러스는 세계 5G 콘텐츠 연합체 'XR 얼라이언스(Global XR Content Telco Alliance)'의 의장사를 맡고 있다. 미국·프랑스·대만의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오렌지·청화텔레콤을 비롯해 7개 지역 11개 사업자가 참여한 콘텐츠 동맹이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역사적으로 보면 과거에는 음악을 MP3 파일로 산다는 것이 이상한 개념이었다. 콘텐츠의 디지털 거래가 더는 낯설지 않은 것처럼 다양한 경험을 가상자산으로 만들고 거래하는 활동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