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쟁의행위 신고했지만...사상 첫 파업 ‘심사숙고’

2021-06-14 18:14
임금 기본인상률 놓고 노사 이견 첨예...교섭 교착상태 장기화 예상
노조 측 “하나씩 준비하는 단계”...‘노사협의회 과반 확보’ 변수 전망

삼성디스플레이 노사 간 전운이 감돌면서 노조 측이 쟁의행위를 예고했다. 다만 당장 파업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그룹이 '무노조 경영 철폐'를 선언한 이후 사상 첫 노조 파업을 해야 하는 부담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14일 삼성디스플레이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사측에 공문을 보내 “최종제시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의결했다”며 “2021년 임금협상 결렬에 따라 행정관청 및 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신고서를 발송했다”고 통보했다.

쟁의행위신고서에 따르면 노조는 일단 다음달 31일까지를 쟁의행위 기간으로 신고했다. 또한 신고서에 기재된 쟁의행위 방법은 태업, 파업, 직장점거, 집회시위 등이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 10일 회사의 임금협상 최종제시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하고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쟁대위는 11일 회의를 통해 전상민 수석부위원장을 쟁위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노조 관계자는 “파업을 바로 시작하기엔 준비돼있는 게 없어서 하나씩 준비하려고 한다”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 (준비 없이)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시위나 집회 정도”라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달 7일 재적인원 2413명 중 71.8%에 해당하는 1733명의 찬성을 통해 쟁의행위를 결의하고, 이어 같은달 14일에는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로부터 노동쟁의 조정 중지 결정을 받는 등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은 상태다.

노사 간 가장 큰 쟁점은 임금 기본인상률이다. 회사 측은 노사협의회에서 결정된 것과 같이 기본인상률 4.5%를 최종 제시한 반면 노조 측은 6.8%의 기본인상률을 요구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회사 측은 4.5%의 기본인상률도 높은 수준이라는 점과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비상경영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조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삼성디스플레이 임금 기본인상률은 3.5%(2019년), 2.5%(2020년), 4.5%(2021년)로, 올해 인상률은 높은 편에 속한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대졸 신입사원 기준 초봉이 4000만원대 중후반 수준, 과장급 직원의 기본급은 7000만원 수준으로, 다른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결코 낮지 않다고 지적한다.

반면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 유보금, 4인 가족 표준생계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6.8% 인상이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은 4.5% 기본인상률을 제시하면서 왜 4.5%인지 근거를 말해주지 않는다”며 “데이터를 보고 노조도 이해할 수 있다면 납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금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당분간 교착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즉각적인 파업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나, 교착상태가 장기화하는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철폐’를 약속한 지 13개월 만에 그룹사 첫 파업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 11일까지 전사적으로 이뤄진 ‘2021년 노사협의회 사원측 위원 선거’를 통해 노조 관계자들이 대거 노사협의회 입성에 성공해 노조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노조에 따르면 총 21개 지역구 중 코로나19로 인한 투표 순연 지역구 2곳을 제외한 19곳 중 11곳에서 노조 관계자가 당선돼 노사협의회 구성원 중 과반이 노조 관계자로 채워졌다.

이번 결과에 대해 노조는 “노사협의회와 노동조합의 협력으로 시너지를 최대한 끌어올려 사우들의 권익보호와 노동조건·환경 개선에 총력을 쏟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오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2캠퍼스 앞에서 삼성디스플레이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