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회장 검찰 고발...공정위 "지정자료 누락해 내부거래"

2021-06-14 16:05
총수일가가 보유한 납품업체 등 6개사 계열회사에서 누락...친족 7명도 은폐

[사진=아주경제 DB]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 자료를 제출해 검찰에 고발을 당했다.   

공정위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인 하이트진로의 동일인(총수) 박문덕 회장이 2017년과 2018년에 하이트진로그룹의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5개사(연암, 송정, 대우화학, 대우패키지, 대우컴바인)를 누락했다고 14일 밝혔다. 
 
공정위가 자료 누락에 있어 박 회장의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판단한 것은 박 회장이 자료 누락과 허위 자료 제출을 인지하고 있어서다. 박 회장은 2003년부터 지정자료를 여러 차례 제출한 경험이 있다. 게다가 2003년에는 지정자료 허위제출 행위로 경고를 받은 전력도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박 회장은 자신의 조카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연암과 송정이 계열회사로 편입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대우화학·대우패키지·대우컴바인과 관련된 7명의 친족이 지정자료 제출에서 누락된 사실도 알았다. 이들 3개 회사는 박 회장의 고종사촌과 그 아들·손자 등의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곳이다.

이렇게 대기업집단 지정자료에서 누락되면서 이들 회사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받지 않고 내부거래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2018년 내부거래 비중은 박 회장의 고종사촌 이상진씨가 소유한 대우화학이 55.4%이고, 이씨의 아들 회사인 대우패키지는 51.8%다. 이씨의 미성년 손자가 최대주주인 대우컴바인의 내부거래 비중은 99.7%에 달했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대우패키지와 대우컴바인은 모두 페트병을 만드는 회사로 대우패키지로 가는 물량을 대우컴바인에 주기만 해도 부가 손자에 승계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친족 회사에는 사업상 특혜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사업장 부지를 대우패키지와 대우컴바인에 빌려줘 물건을 생산·납품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이 거래가 시작된 2006년 이래 다른 납품업체에는 적용하지 않은 방식이다.

친족 개인회사는 아니지만 계열사 직원들이 주주와 임원으로 있는 평암농산법인도 지정자료에서 누락했다. 하이트진로는 이 같은 법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을지 검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회장은 당시 대표이사로 이 모든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의 당사자다.

공정위는 이 같은 박 회장의 행위가 중대성이 상당하다고 봤다. 성 과장은 "6개 계열회사와 친족 7명 등이 중요 정보를 다수 누락했고 일부 계열회사는 누락기간이 최장 16년에 이른다"면서 "자료가 누락된 기간에 미편입 계열사들은 사익편취 금지, 공시 의무 등 경제력집중 억제 시책 규정에서 자유로웠으며, 미편입 계열사 보유 친족을 제출하지 않음으로써 대규모기업집단 규제 적용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집단지정 허위자료 제출은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 과정 중 해당 계열사 모두 동일인과 무관하고 독립경영을 하고 있으며, 고의적인 은닉이나 경제적 이득을 의도하지 않음을 소명했지만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면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