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 고발..."또 지정자료 고의 누락"
2021-06-14 12:00
총수일가가 보유한 납품업체 등 6개사 계열회사에서 누락...친족 7명도 은폐
공정위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인 하이트진로의 동일인(총수) 박문덕 회장이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2017~2018년 기간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5개사와 친족 7명을 누락하고, 2017~2020년 평암농산법인을 고의로 누락한 행위를 적발해 고발 조치했다고 14일 밝혔다.
공정위는 매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부터 계열회사와 친족(혈족 6촌·인척 4촌 이내) 및 임원 현황, 계열회사의 주주 현황, 비영리법인 현황, 감사보고서 등의 지정 자료를 제출받는다.
공정위가 자료 누락에 있어 박 회장의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판단한 것은 박 회장이 지정자료에 연암과 송정이 계열회사로 편입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2013년 2월 보고받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연암·송정의 친족 독립경영 여건을 조성한 후 편입신고하는 대응 방안을 계획했다. 이에 따라 2014년 3월 조카의 부친이 계열회사인 하이트진로산업 임원직에서 퇴임 조치됐다.
하지만 2014년 6월 계열 누락을 자진 시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기준이 자산총액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될 것이라는 언론 기사를 확인한 후 하이트진로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될 것을 예상하고 대응 방안 진행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2014년 6월 평암농산법인의 계열 누락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법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을지 검토까지 했다. 대표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도 해당 자료를 확인했다. 박 회장은 1991년 2월부터 2014년 3월까지 하이트진로·하이트진로홀딩스의 대표이사였다. 이 모든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의 당사자다.
성 과장은 "이들 3개사는 계열회사 직원들도 친족회사로 인지했던 회사"라며 "하이트진로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계열회사인 하이트진로음료가 대우컴바인을 설립한 직후인 2016년 4월 자금 지원 확대를 이유로 거래 계약 체결을 결정하는 데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그 결과 2018년까지 거래 비중은 급격히 상승했다. 또 하이트진로음료는 자신의 사업장 부지를 대여해 대우패키지·대우컴바인이 생산·납품할 수 있도록 해왔다. 이는 이 거래가 시작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다른 납품업체에는 적용하지 않은 방식이다.
성 과장은 "자료 제출 때 누락된 친족들은 동일인이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친족 누락을 통해 친족 보유 미편입 계열사는 규제기관·시민단체 등 외부 감시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내부거래를 행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이 지정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것에 대해 인식했을 가능성이 현저하거나 상당하다고 판단해서다. 박 회장은 2003년부터 지정자료를 여러 차례 제출한 경험이 있고, 지정자료 허위제출 행위로 경고를 받은 전력이 있다.
공정위는 또 행위의 중대성이 상당하다고 봤다. 6개 계열회사와 친족 7명 등이 중요 정보를 다수 누락했고, 일부 계열회사는 누락기간이 최장 16년에 이른다. 자료가 누락된 기간에 미편입 계열사들은 사익편취 금지, 공시 의무 등 경제력집중 억제 시책 규정에서도 자유로웠으며, 미편입 계열사 보유 친족을 제출하지 않음으로써 대규모기업집단 규제 적용도 받지 않았다.
성 과장은 "이번 조치는 동일인이 지정자료 제출 의무자로서 그 내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위치에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점에 있어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 과정 중 해당 계열사 모두 동일인과 무관하고 독립경영을 하고 있으며, 고의적인 은닉이나 경제적 이득을 의도하지 않음을 소명했지만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며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