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를 찾아서] 한국조선해양① 가삼현 사장, 코로나19 위기 속 선방···대우조선 합병도 진두지휘

2021-06-14 06:00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은 글로벌 1위인 국내 조선업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선방한 데 이어 올해는 탁월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가 사장은 친환경 규제 강화와 ESG경영 기조에 의한 미래 성장동력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았던 액화천연가스(LNG)선에 얽매이지 않고 암모니아·수소·바이오디젤 추진선 등에 대한 연구개발(R&D) 서두르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속 선방···대우조선 합병도 진두지휘

가 사장은 1982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40년 가까이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일한 '정통 현대맨'이다. 그는 노르웨이 지하 등의 요직을 거쳤고 1993년 대한축구협회에 파견돼 사무총장까지 역임해 2009년 퇴임하기까지 16년 넘도록 한국축구 발전에 크게 성공했다.

현대중공업에 복귀한 이후 2011년 현대중공업 런던지사장과 서울사무소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에는 현대중공업그룹 내 조선 3사의 영업조직을 통합·신설한 '그룹선박영업본부'의 사업대표를 맡기에 이르렀다.

2016년에는 그룹 내 선박과 해양플랜트영업을 총괄하는 '그룹선박해양영업' 사업대표를 역임했다. 2018년 11월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지난해 3월에는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가 사장은 오랫동안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해양 부문 영업을 총괄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그룹의 조선·해양을 이끄는 선장 자리를 맡게 된 것이다. 그의 리더십 아래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와 올해 나름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00억 달러 수주에 성공해 그해 연간 목표액인 110억 달러의 91%를 달성했다. 지난해 2월부터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발주량이 역대 최저치인 575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수준으로 줄었음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는 1~5월 동안 지난해 전체 수주 실적을 뛰어넘는 108억 달러를 기록해 연간 수주액 목표(142억8000만 달러)를 72%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하반기에 코로나19 수준의 변수가 없다면 무리 없이 연간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지난해와 올해 대형 조선사 중 유일하게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도 성공했다. 국내 경쟁사인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까지 1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1분기에 적자 전환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745억원과 올해 1분기 675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접종 등이 늘어나면서 발주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글로벌 최고 수준의 조선사로 꼽히는 한국조선해양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가 사장은 올해 현대중공업그룹의 최대 현안인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제에서 기업 결합을 연내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2018년 12월 기업 결합 준비 단계부터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으며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과 함께 양 사 간 기업 결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가 사장은 크게 수주 목표를 채우는 것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성공이라는 과제를 완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훌륭히 맡은바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
 

◇미래 성장동력 준비 맡아···R&D도 이끈다

가 사장은 올해 초 수소사업 비전을 설명하면서 "암모니아 다음단계인 수소 연료는 시간이 더욱 걸리겠지만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이기에 경제성을 보완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은 오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암모니아 추진선에 대한 R&D를 진행하고 있다. 가 사장의 발언을 감안하면 암모니아 추진선에 대한 R&D를 마무리한 이후 수소 연료 추진선에 대한 연구도 곧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십여년 동안 한국조선해양이 LNG선의 강자로 인정받고 있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신속한 미래 준비로 평가된다. 그동안 주요 수입원이었던 LNG선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기보다는 새로운 미래선박을 준비하겠다는 포부다.

이는 최근 국제해사기구(IMO) 등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친환경 규제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IMO는 당장 2025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2008년 대비 30% 이상 감축시키겠다는 목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감을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70%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환경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글로벌 조선업계는 선박의 엔진에 스크러버(저감장치)를 장착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다만 향후 몇 년 동안 암모니아·수소·바이오디젤 등 저탄소 연료 추진선으로 선박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가 사장의 책임도 무거워지고 있다. 가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해양 부문의 R&D 전체를 이끌고 있다. 이는 그룹의 조선 3사의 R&D를 한국조선해양으로 통합한 일원화 체계 때문이다. 실제 한국조선해양은 미래기술연구원을 산하에 두고 있다. 미래기술연구원은 기반기술연구소, 에너지기술연구소. 디지털기술연구소. 생산기술연구소 등을 총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한국조선해양은 조선업이 십여년 동안 불황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R&D에 대한 투자를 유지해왔다. 지난해에도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852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조선해양의 매출액 14조9037억원의 0.57%에 달한다.

이 같은 R&D를 앞세워 한국조선해양은 최근의 친환경 규제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만들겠다는 움직임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최근 친환경 규제에 대한 적응 측면을 보면 타국보다 국내 조선업계에 일정 부문 유리한 부분이 있다"며 "주요 글로벌 선사에서 선박 교체 물량이 늘어나면 꾸준히 R&D 역량을 강화해왔던 한국조선해양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