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카드 리모델링]수도권 리모델링 경쟁 '후끈'…전담팀 신설한 대형건설사

2021-06-11 06:00
분당, 평촌, 일산 등 1기 신도시 노후화...리모델링 시장 태동 단계
대형사 1군 브랜드 앞세워 공략하면서도 사업지 선정에 소극적.."가성비 낮아 사업성 철저히 분석"

[아주경제 DB ]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990년대 입주하기 시작한 1기 신도시 재건축 연한이 다가오면서 틈새시장으로만 자리하던 리모델링이 주력 매출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져 그동안 리모델링에 소극적이던 대형 건설사들도 전담조직을 만들고 사업 수주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도시정비영업실 내 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를 지난해 말 정식 부서로 개편하고 관련 시장 공략에 나섰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리모델링, 가로주택 사업 등 새로운 수익 창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담 조직 출범 후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1월 용인 수지 신정마을9단지 리모델링 시공권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삼성물산과 함께 금호동 금호벽산아파트 리모델링 시공권 입찰에 참여해 선정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재건축·재개발보다 사업진행 속도가 빠르고, 규제가 덜하다는 게 장점"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사업성이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지만 리모델링 연한이 도래한 사업지가 이제 막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시장도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최근 주택건축사업본부 내 도시정비사업실에 '리모델링사업팀'을 신설하며 리모델링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전담팀에는 △사업 △기술·견적 △설계·상품 관련 인력을 포진해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송파구 가락쌍용1차아파트(쌍용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 리모델링 사업권을 따냈다.

리모델링 강자인 쌍용건설과 포스코건설도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사업 수주에 공들이고 있다. 쌍용건설은 20년 만에 리모델링 전담팀을 별도 조직으로 개편했고, 포스코건설은 2014년부터 운영 중인 관련 리모델링 조직을 지난해 말부터 확대하는 추세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공사기 때문에 경험이 중요하다"면서 "설계도면이 없거나 수직증축처럼 까다로운 현장도 가능하다는 점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도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서울에서 모두 3개의 리모델링 사업을 따내며 사업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말 송파 삼전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으로 지난 4월 문정건영아파트 리모델링, 5월에는 밤섬현대아파트 리모델링까지 수주했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부수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골격을 살리되 면적을 넓히거나 층수를 올려 주택 수를 늘리는 정비사업이다. 재건축은 준공 이후 30년이 넘고 안전진단에서도 D(조건부 허용)나 E(불량) 등급을 받아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 유지·보수 등급(A~C) 중 B등급 이상이면 추진이 가능하다. 또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초과이익환수, 기부채납, 임대주택 등 재건축에 비해 규제도 덜하다.

때문에 올해는 리모델링 사업권을 놓고 한층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초반에 입주를 시작한 분당과 평촌, 일산, 산본 등 노후한 1기 신도시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단지는 용적률이 195~230%에 달해 현실적으로 재건축이 힘들다. 업계에선 기존 아파트 용적률이 180%를 넘으면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리모델링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실제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수도권 아파트는 62개 단지(4만5527가구)다. 2019년 37개 단지(2만3935가구)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조합설립인가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만 집계한 수치로, 추진위원회 단계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일각에서는 철저한 사업성 분석이 없다면 막대한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건설사들이 전담팀을 꾸리면서도 사업지 선정에 공들이거나 타 사와의 컨소시엄 수주를 확대하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은 노동력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 가성비가 떨어지는 사업"이라며 "사업성 분석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매머드급 대단지, 수주 상징성이 큰 리모델링 사업지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수주경쟁이 치열하면서도 동시에 공동협업이 늘어나는 '합종연횡'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