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노조 "일방 졸속 소비자금융 철수 반대…고용 방안 마련하라"

2021-06-08 17:00

소비자금융 부문의 출구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씨티은행의 노사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은행 측이 '단계적 폐지' 가능성을 거론한 가운데, 노조 측은 "부문매각 혹은 철수에 반대한다"며 맞불 규탄대회를 열었다.

8일 오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씨티은행 지부는 서울 중구 은행 본점 인근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씨티그룹의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소비자금융 부분매각·철수 발표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실직 위기에 처한 2500여명 직원들에 대한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진창근 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수십년간 묵묵히 일해 온 우리 직원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며 "은행을 천직이라 생각하고 가정과 은행을 동일시 하고 살만큼 은행을 사랑하고 열심히 일 한 우리가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하는가"라고 밝혔다.

진 위원장은 "외국 자본이 도축을 하듯 우리 몸뚱이 중에 팔 수 있는 부분은 팔고, 마지막까지 정리 안 된 부위가 있으면 결국 쓰레기통에 버리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전쟁에 뼈를 묻는다는 각오로,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침몰시키는 파부침주(破釜沈舟)의 마음으로 결사항전하겠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3일 정기 이사회를 열어 매각 절차의 진행 경과를 보고하고 향후 출구전략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인수 의향서를 접수한 금융회사가 일부 있었으나 이들은 소비자금융 부문 전체 직원들의 고용 승계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인수 의향서를 접수한 업체는 총 4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측은 "일련의 출구전략 진행 과정에서 무엇보다 고객 보호 및 은행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해 온 직원의 이익 보호를 최우선에 둬야 한다"면서도 "단계적 폐지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절차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고 이사회 결과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매각할 수 있는 사업부문은 부분 매각하고, 매각이 안 되는 사업부문은 구조조정, 자산매각, 폐점 등 단계적 폐지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노조는 직원들의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며 유명순 행장 사무실 앞에서 5일째 '철야 말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한국씨티은행 노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