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 잦은 유튜브, '넷플릭스법' 리스크 줄이나…"구글클라우드로 이전"

2021-06-08 15:48
토머스 쿠리안 CEO "클라우드로 일부 이동 중"
앞서 협업제품·내비게이션·AI연구 인프라 옮겨
시장 점유율 1·2위 클라우드 업체 추격 나설 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작년말 수차례 먹통 현상을 일으킨 유튜브의 운영환경 일부가 구글클라우드로 이전된다. 빠르게 증가하는 이용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클라우드서비스를 통해 유튜브 운영환경의 오류를 줄여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국내에서 대형 온라인서비스 사업자에 서비스 품질 유지의무를 부과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재의 리스크를 덜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자체 데이터센터 기반인 유튜브의 운영환경 가운데 일부가 구글의 퍼블릭클라우드 서비스 '구글클라우드플랫폼(GCP)'으로 이전된다. 이는 매출 기준 세계 퍼블릭클라우드 시장 3위인 구글클라우드가 선두권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를 추격하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토머스 쿠리안 구글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경제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자체 서비스가 클라우드를 점점 더 많이 쓰는 것이 클라우드 발전의 일환"이라며 "유튜브의 일부가 구글클라우드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유튜브 인프라의 어느 구성요소를 얼마나, 언제까지 이전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구글이 특정 부서나 서비스 인프라를 별도 인프라에서 구글클라우드로 운영환경을 옮긴 것은 처음은 아니다. 다만 기존 사례는 기업 사용자나 운전자, 내부 연구부서 등 특정 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유튜브는 전세계 수많은 불특정 다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거대 서비스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유튜브는 월간 이용자수가 20억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아마존 소유의 웹 분석서비스 '알렉사' 통계 기준으로 트래픽 규모가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웹사이트다. 이 서비스는 지난 2006년 구글에 16억5000만달러에 인수된 이래로 자체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통해 운영됐다. 이 거대한 서비스의 데이터 저장소 또는 업로드·송출 인프라가 구글클라우드로 바뀔 수 있다.

구글클라우드로 이전되는 유튜브 서비스의 구성요소가 무엇인지에 따라 과거 종종 오류를 일으켰던 문제를 해소할 수도 있다. 유튜브 서비스는 여러 차례 문제를 보였다. 작년에도 5월, 11월, 12월 등 웹사이트 접속, 영상 재생, 이용자 인증(로그인) 등을 처리하는 부분에 장애를 일으켜 짧게는 수십분, 길게는 수시간동안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작년 12월 15일 사업자의 서비스 품질 유지의무를 담아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일명 '넷플릭스법')을 유튜브 장애에 처음 적용해, 구글에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올해 2월 조사결과 발표와 함께 구글에 서비스안정성 확보 조치방안 통보, 장애 재발시 이용자 고지, 국내 지정 대리인을 통한 문의 창구 운영을 하도록 했다.

유튜브 서비스의 자체 데이터센터에서 운영되던 시스템이 구글클라우드로 이동하면, 구글클라우드에서 강조하는 탄력적인 서비스 확장성과 뛰어난 보안성·안정성의 이점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트래픽 폭주, 외부 공격, 내부 운영관리상의 실책에 따른 서비스 중단이나 시스템 오작동 문제를 줄여, 서비스 품질 유지 실패에 따른 국내법상 제재 부담을 덜 수 있다.

꼭 이런 이유만으로 유튜브의 클라우드 이전이 추진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CNBC는 이번 구글의 결정이 유튜브가 퍼블릭클라우드 자원을 이용하도록 함으로써, 구글클라우드의 기업용 클라우드서비스 '영업'을 수월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경쟁이 치열한 클라우드 업계에서 세계 2위 웹사이트 운영 자체가 세간의 이목을 끌만한 활용사례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구글클라우드 영업사원들이 거대한 정보시스템을 무중단으로 운영하고 싶어하는 기업들에게 '구글클라우드는 유튜브같은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의 운영을 처리할만큼 충분히 안정적인 클라우드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클라우드 업계 3위인 구글클라우드가 매출 증가 속도를 높여 AWS와 MS애저를 뒤쫓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IT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자료 기준 2019년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형 인프라 시장 점유율은 5%였고, 아마존은 45%, MS는 18%였다. 올해 2월초 공개된 AWS의 작년 4분기 매출은 127억4000만달러, 같은 기간 구글클라우드의 매출은 38억3000만달러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의 추정에 따르면 같은 기간 MS 애저 사업 매출은 57억달러 가량이다.

CNBC는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올해 1분기 매출 가운데 58% 가량이 '구글 검색 및 기타' 분류에서 나왔고 이는 구글의 웹 검색엔진, 지메일, 구글지도, 이밖에 여러 온라인 제품의 디스플레이 광고 매출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구글 워크스페이스와 퍼블릭클라우드 서비스를 포함하는 클라우드 사업 매출의 비중은 7%에 그쳤다.

클라우드사업자가 계열사 제품·서비스나 내부 운영을 위한 IT인프라를 제공하는 움직임은 전부터 있었다. 아마존은 AWS 설립 이래로 기존 인프라의 클라우드 전환을 지속 추진해 왔고 수년간의 프로젝트를 통해 2019년 핵심 구성요소인 오라클 데이터베이스까지 걷어냈다. MS도 링크드인, 마인크래프트 등 인수한 기업의 기존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옮겼다.

구글은 앞서 'G스위트'라 불리던 웹기반 오피스·협업 소프트웨어 '구글 워크스페이스'와 내비게이션 앱 '웨이즈', 인공지능(AI) 연구부문 자회사 딥마인드를 위한 IT 인프라를 구글클라우드로 옮겼다. MS애저와 마찬가지로 2011년 클라우드사업을 시작했는데, 자체 데이터센터를 쓰던 제품·서비스 운영환경을 클라우드로 가져온 시점은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