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사려고 빚내는 미국 상장기업…저점매수 노린 물타기 전략?

2021-06-08 16:14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비트코인 추가 매수 목적 회사채 발행
비트코인 급락으로 2분기에만 최소 2억8450달러 손실 추산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가 비트코인 투자를 위해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는다. 그 주인공은 바로 마이크로스트래티지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전 세계 상장기업 중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특히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는 열혈한 비트코인 옹호론자다.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 [사진=월스트리트저널(WSJ) 누리집 갈무리]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현재 이 기업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총 9만2079개로, 평가가치는 한때 50억 달러(약 5조5710억원)를 웃돌기도 했다. 하지만 6만 달러를 웃돌며 사상 최고치에 달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현재 3만3000달러대로 추락하면서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보유한 가상(암호)화폐의 가치는 34억 달러 수준으로 추락했다.

비트코인 가격 급락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도 끌어내렸다. 지난 2월 2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던 주가는 현재 고점 대비 55%가량 폭락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지난 4월 고점 대비 43% 떨어진 것보다 큰 낙폭이다. 투자 손실도 크게 늘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이날 공개한 디지털 자산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비트코인의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올 2분기에만 최소 2억845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비트코인 투자로 주가 폭락, 3000억원대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함에도 회사 측은 비트코인에 투자를 더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이날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회사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총 4억 달러에 이르는 선순위 회사채를 추가로 발생할 계획을 하고 있다"며 "회사채 순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비트코인 추가 취득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은 오는 2028년이 만기인 7년물 회사채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블룸버그통신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 구매를 위해 정크본드(투자 부적격 고위험 고수익 채권)까지 발행했다"고 지적하며 자체 분석을 통해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투자 손실액이 총 5억 달러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회사가 투자 손실을 축소하기 위한 '물타기' 작전으로 비트코인 추가 매수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왔다. 현재 3만 달러대로 떨어진 비트코인을 추가로 매수해 이미 사들인 비트코인의 평균단가를 낮추려고 한다는 것이다.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수석 경제학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세일러 CEO가 이미 발생한 손실을 줄이기 위한 4억 달러를 추가로 빌려 비트코인을 더 사는 물타기 전략을 펼치려는 것"이라며 "회사 이사회는 '미친(crazed)' 세일러가 '나쁜(Bad)' 비트코인에 돈을 던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컴벌랜드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코톡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업이 암호화폐를 사기 위해 자사 금고에 있는 현급을 대신한다면 그것은 '투기(speculation)'"라고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같이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들이 회계상 위험에 직면해있다고 우려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회계상 '비한정 내용연수 무형자산(indefinite-lived intangible asset)'으로 분류된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이 비트코인을 매입할 당시 투자한 금액보다 시세가 낮아지면 손실로 반영해야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도 매도해 현금화하기 전까지는 회계상에 수익으로 반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