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人㉟] “오늘 먹어야 할 음식, 2730만 바이오 데이터로 추천해요”
2021-06-09 07:06
개인 맞춤 식품 추천 서비스 ‘디이프’ 강병철 대표 인터뷰
생리작용, 데이터, DNA 분석...“과학적 엄밀함으로 정밀 추천”
“‘나’의 과거·현재 가장 잘 아는 ‘엄마’가 경쟁상대”
생리작용, 데이터, DNA 분석...“과학적 엄밀함으로 정밀 추천”
“‘나’의 과거·현재 가장 잘 아는 ‘엄마’가 경쟁상대”
‘나’ 자신을 스스로보다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어릴 적 건강부터 체질, 좋아하는 음식, 피해야 할 음식을 알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몸 상태에 따라 식단을 관리해 줄 수 있는 오직 한 사람. 바로 ‘엄마’다. 개인 맞춤 식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이프’는 엄마를 경쟁상대로 삼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8년 유전체 분석기업 ‘인실리코젠’으로부터 분사한 이후 2730만 건의 바이오 데이터와 생리작용, 유전자(DNA) 등을 기반으로 개인에게 맞는 식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과일 정기구독 서비스 ‘과일궁합’을 선보였다. 그동안 추구해 온 과학적 정밀함을 바탕으로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고객 수요를 현장에서 파악하기 위해서다. 3년의 연구개발 끝에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사업에 첫발을 떼고 있는 강병철 디이프 대표를 경기도 용인시 소재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약이 되는 음식, 독이 되는 음식
- 디이프, 어떤 회사인가.
“2015년에 과학저널 <셀>에 음식에 관한 실험 내용이 실렸다. 한 참가자에게 바나나와 쿠키를 줬는데, 정크푸드로 인식된 쿠키보다 바나나가 혈당에 악영향을 줬다는 결과였다. 이 실험은 모두가 좋다고 말하는 음식도 개별 특성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한다는 시사점을 전달했다. 그로부터 1년 반 뒤, 미국 언론에서는 ‘인공지능(AI) 다이어트’라는 용어가 나왔다. 데이터와 AI 분석을 통한 음식 섭취로 건강을 챙기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비즈니스로 발전하고 있다. 디이프는 생물학적·의학적 문제를 정보과학을 기반으로 접근한다.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특히 식품에 집중에 비즈니스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 식품 추천 서비스는 이미 여러 기업에서 제공하고 있다. 어떤 차별점이 있나.
“개인을 분류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보통은 '넷플릭스 맞춤형 서비스'를 많이 적용한다. 행동 패턴을 통해 그와 닮은 그룹을 찾아내고, 그룹 내에서 많이 선택된 콘텐츠를 다시 추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개인이 A라는 영화를 보면 그 영화를 감상한 그룹을 찾고, 그룹 내에서 많이 본 영화를 다시 추천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비슷한 그룹을 찾아 식품을 추천해주는 방식에 더해 빅데이터로 개인을 특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마시고 먹고 호흡하는 것의 상호작용과 체내 생리작용에 관한 2730만 건의 빅데이터로 ‘나’라는 사람을 분석한다. 그 과정에서 유전자와 사용자 입력 정보, 건강검진 정보 등을 함께 활용한다. 이 과정을 통해 ‘나’를 특정 짓고, 나와 닮은 사람들에 대한 정보까지 고려해 식품 목록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 개인을 데이터로 특정하는 기술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유전자 분석 전문기업 ‘인실리코젠’으로부터 분사한 덕분에 모기업에서 구축한 2730만 건의 막대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인실리코젠에서 생물학적 문제를 다양한 정보기술로 해결하고, 유전체 정보센터를 개발·운영한 경험이 있다. 센터는 국내에 5곳이 있는데, 이 중 4곳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에 참여했다. 회사의 직원은 7명인데, 이 중 5명이 생물정보·영양학 등 석박사 인력이다.
물론, 스타트업 단위에서 실험적 증명은 쉽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내 대형 건강기능식품 회사와 국내 최대 규모 의과대학을 삼각축으로 구성해 자체 엔진을 개발 중이다. 내년 초에는 식품 추천 기술 방법론을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식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면 대중적 호소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사업 모델이 궁금하다. 추천 서비스로 어떻게 수익을 내나.
“식품 회사를 위한 B2B(기업 간 거래) 모형을 일차적인 사업 모델로 잡고 있다. 급변하는 소비패턴에 맞춰 다양한 식품을 빠르게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기업에 제공할 계획이다. 식품 기업이 트렌드가 변화할 때마다 수요자를 찾아 조사하고, 건강·보조식품을 개발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 각 사의 맞춤형 고객 식품을 만들려고 할 때 네이버·구글에서 검색하듯 우리 알고리즘을 통해 정보를 얻고, 빠르게 고객 맞춤 식품을 개발하도록 도우려고 한다. 이를 위해 2026년까지 500만 명에 관한 2000만 건의 건강 및 데이터의 변화 기록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 데이터를 활용하면 단순 식품 추천에서 한 단계 진화한 헬스케어 서비스로 진화할 수 있다.”
-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없나.
“지난 3년은 '고객의 욕망을 데이터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 향후 1~2년은 B2B 모형으로 신뢰성을 높이고, 고객 데이터를 더 확보하려고 한다. 본격적인 B2C 사업은 그 이후에 추진할 계획이다. 맞춤 서비스는 너무 간단한 정보를 제공해도 안 되고, 너무 복잡해도 안 된다. 이해하기 쉽지만, 포털 검색으로는 알 수 힘든 정보여야 한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과일 구독 서비스 ‘과일궁합’을 시작했다. 개인 상태에 따라 과일 명인이 재배한 상품을 배송해준다. 가격대는 있지만, 정밀한 추천을 받고 싶은 고객을 확보하고, 그 과정에서 추천 서비스에 대한 의견이나 잠재된 아이디어를 확인해 서비스 대중화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 미래 맞춤형 식품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1인 가구나 경제적 여력이 있는 가구 등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은 앞으로 더 늘어날 거다. 또한, 시장이 커질수록 정밀함과 간편함, 두 가지 키워드가 치열하게 공존할 것으로 예상한다. 단순 기호만이 아닌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밀하게 추천하는 동시에 간편한 정보 전달 및 상품 구매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는 정밀함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향후 사업을 확장하면서 간편함을 함께 고민할 파트너를 찾고 싶다.”
- 목표를 말한다면.
“올해는 어떤 기업이든 사용하고 싶어 하는 검색 엔진을 만들 계획이다. 신뢰도와 기술적 완성도를 잘 표출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부터는 B2B 사업에서의 성과를 계속 쌓아가며 대중 접점을 넓혀가려고 한다.
디이프의 경쟁자는 구글, IBM 엔진이 아닌 ‘엄마’다. 자신의 과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안색·충혈된 눈을 보고 ‘나’의 건강을 위해 진심으로 걱정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몸 상태를 본인 스스로보다 더 잘 알고,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음식을 추천해주는 방향성에 주력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