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게임스톱에서 AMC로··· '밈'이 된 공매도 전쟁

2021-06-07 17:15
미국 멀티플렉스 업체 AMC 주가, 반년 만에 36배 이상 치솟아
AMC, 블랙베리 등에서 공매도 전쟁 계속... 이제는 '밈' 주식으로 부상
논리 대신 유행으로 오른 주가, 손해 위험 커

미국의 멀티플렉스 업체 AMC엔터테인먼트(AMC)가 ‘공매도와의 전쟁’이라는 ‘밈(meme‧온라인 유행어)’에 힘입어 서학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AMC 주가는 연초 대비 36배 이상 급등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롤러코스터 급등을 두고 결국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떠안는 ‘폭탄 돌리기’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7일 증권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AMC 주가는 지난 4일(현지시간) 47.91달러(약 5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 2달러(약 2200원)에 불과했던 AMC의 주가는 6월 들어 72.62달러(약 8만700원)로 36배 이상 치솟기도 했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AMC 주가는 지난달 23일부터 4거래일 동안 각각 13.25%, 19.96%, 19.2%, 35.58%씩 급등했다. 지난달 28일 1.51% 하락하며 주춤했던 AMC의 주가는 이달 1일 다시 22.66%, 2일에는 95.22%씩 폭등했다. 하지만 3일 -17.92%, 4일 -6.68%씩 폭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를 두고 미국 증권가에선 올해 초 일어난 게임스톱 사태를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게임스톱 사태란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려 높은 가격에 처분하고 낮은 가격으로 주식 구매 대금을 갚는 공매도 제도에 반발해 미국 비디오 게임 업체 ‘게임스톱’의 주식을 대상으로 ‘쇼트 스퀴즈’를 유발한 것이다. 쇼트 스퀴즈란 공매도를 포함한 쇼트 매도 위주의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커버하거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수세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

당시 개인 투자자들은 월스트리트베츠를 통해 소통하고 지속해서 ‘게임스톱’ 주식 매수를 늘려나가면서 20배 이상 주가 상승을 유도해 공매도 투자자나 헤지펀드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경제매체 파이낸셜 타임즈는 “월스트리트베츠가 게임스톱에 단기간에 압박을 줘서 주식에 베팅한 헤지펀드에 큰 손실을 입히면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번 AMC 주가 폭등 역시 시작은 '월스트리트베츠'였다. 실제로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내 주식 관련 토론방인 ‘월스트리트베츠’에선 지난달 26일부터 AMC를 언급하며 주식을 매수할 것을 권유하는 글이 5000여개 이상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저금했던 모든 돈을 AMC에 투자했다.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AMC 주가가 폭등세를 이어간다는 의미인 “AMC to the moon"을 외쳤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이 투자한 기업 주가를 올리기 위한 노력을 다시 시작하면서 '밈 주식'이 급등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밈이란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이기적 유전자’에서 생물이 진화할 때 유전자가 복제되듯 문화가 복제되는 단위를 명명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단어로 최근 SNS 등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문자, 사진, 동영상 등 콘텐츠라는 의미로 확장됐으며 주식 시장에까지 등장한 것이다.

제2 게임스톱 사태라고 불리는 이번 AMC 주가 폭등세에서도 공매도 세력이 막대한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S3파트너스는 지난 2일 AMC 주가가 전일 대비 95.22% 폭등하자 공매도 투자자들이 28억 달러(약 3조1124억원)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밈’ 주식 열풍은 AMC뿐만 아니라 블랙베리, 베드배스앤드비욘드 등에서도 나타났다. 휴대폰 생산에서 소프트웨어 보안 업체로 탈바꿈한 블랙베리 주가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각각 14.8%, 31.92%, 4.13%씩 올랐지만 4일 돌연 12.72% 급락했다. 주방용품 소매업체인 베드배스앤드비욘드 주가는 지난 2일 전일 대비 62.11% 올랐지만, 하루 만에 27.81% 폭락을 겪었다. 이 두 종목은 앞서 게임스톱 사태 당시에도 주가가 들썩이기도 했다.

국내 투자자들도 밈 주식 열풍에 합류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6월 첫 주(5월 31일~6월 4일) 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고판 해외 종목은 AMC였다. AMC 매수 결제 규모는 약 2억9480만 달러(약 3277억원)로 집계돼, 약 1억991만 달러(약 1222억원)를 기록한 테슬라보다 2.5배 많았다. 같은 기간 AMC 매도 결제 규모도 2억7216만 달러(약 3026억원)에 달했다.

일부 증권 전문가들은 급등락을 반복하는 장세를 두고 밈 주식 열풍은 투자자끼리 폭탄을 돌리는 것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는 주가 상승 이유가 회사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나 호재 발생보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위 ‘좌표’로 찍힌 ‘밈’ 종목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밈 열풍이 사그라지면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제지 바론은 “AMC 주식을 소유하는 이유가 무엇이든, 투자자는 AMC가 경고하는 것처럼 손해를 볼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MC 역시 지난 3일 SEC 신고 자료를 통해 “(AMC 주식의) 현재 시세는 우리의 기본적인 사업과는 무관한 시장의 동력을 반영한다”며 밈 주식 열풍에 선을 그었다.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