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이건 못 참지..." 당당한 Z세대 병사에 軍은 '전전긍긍'
2021-06-02 16:11
부실 급식부터 열악한 환경까지... 계속되는 병사 인권 침해 논란
Z세대 병사, 부대 내 부조리를 친숙한 온라인 이용해 직접 공론화
국방부, 곧바로 해결책 제시했지만 '반복되는 대책'이라는 비판 나와
Z세대 병사, 부대 내 부조리를 친숙한 온라인 이용해 직접 공론화
국방부, 곧바로 해결책 제시했지만 '반복되는 대책'이라는 비판 나와
“저희도 비슷한 실상이라 이렇게 제보를 드립니다.”
군부대에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생)가 등장했다. Z세대 병사는 부실 급식, 부조리 등 부대 내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일을 직접 드러내 논란을 점화했다. 군 당국은 Z세대의 호소에 연일 사과를 거듭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했지만, 일각에서는 결국 '반복되는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Z세대' 병사, 부당한 일에 친숙한 온라인으로 맞선다
해당 게시글에는 “오늘 나온 식사랑 똑같다”, “밥은 좀 제대로 해달라”며 부실 급식에 공감하고 본인 부대 상황도 공유하는 인증 릴레이와 비난이 이어지면서 이날 기준 9000개 이상 댓글이 달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언론이 논란을 보도하면서 군부대 내 부실 급식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논란이 커지자 군 당국은 급히 대책을 내놓았다. 국방부는 지난달 정례브리핑을 통해 “긴급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격리 장병에 대한 급식 여건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야전부대와 직접 소통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육대전에는 군부대 내 폭로 제보가 끊임없이 들어왔다. 병사들은 소속 부대의 열악한 환경을 고발하는 글부터 간부들의 폭언, 부조리 등 다양한 문제를 고발했다.
통상 징병 대상인 남성 대부분이 20대에 입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병사 대부분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 초반에 태어난 Z세대다. 디지털 원주민’이라는 특징을 가진 Z세대는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이나 카카오톡 '오픈채팅' 서비스처럼 익명이 보장된 곳에서 내집단 사람들과 활발히 정보를 주고받으며 소통해왔다.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대신 전해드립니다’, ‘~대나무숲’처럼 아예 익명으로만 사연을 소개하는 커뮤니티도 존재한다.
부실 급식 논란이 점화된 육대전 역시 ‘~대신 전해드립니다’와 같은 커뮤니티다. Z세대 병사는 온라인에서 익명의 힘을 빌려 서슴지 않고 부대 내 부조리를 지적했다. 장병들의 불만, 고충 해소 창구로 활동해온 육대전은 이날 기준 팔로워 16만2000명 이상을 보유 중이며 시민단체로 거듭나길 준비 중이다. 육대전 측은 “부식 급식 관련 게시물이 업로드되고 많은 분이 분노해주시고 공론화해준 덕분에 많은 분이 용기를 내 군대 관련 제보를 보내주기 시작했다. 모두가 힘을 합친 덕분에 이뤄낸 성과다”라고 전했다.
국방부, 개선 방안 제시... '반복되는 대책' 비판 나와
이를 지키지 못하는 문제가 계속되자 국방부도 특단의 대책을 제시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는 박재민 차관을 책임자로 하는 ‘장병 생활 여건 개선 TF’를 오는 3일 출범할 계획이다.
관계 부처는 국방부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농림수산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보건복지부, 국가보훈처, 조달청 등 관계 부처에 과장급 공무원이 TF에 참여할 예정이다. 부대 내에서는 간부를 포함해 현역 조리병 2명과 조리병 출신 예비역 1명이 TF에 참여한다. 또한 군부대 영양사, 장병 급식‧피복 어머니 모니터링단 단원, 식품영양학과‧의류학과 교수 등 민간인도 TF에 포함할 예정이다.
계속되는 부실 급식 논란에 대한 후속 조치도 발표했다. 국방부는 내년도 기본 급식비를 올해보다 25.1% 오른 1만1000원으로 추진한다. MZ세대 장병들의 식습관을 반영하는 ‘급식 혁신’으로 특식메뉴, 브런치, 간편 뷔페식도 검토된다.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급식 시스템 개선을 위한 지휘관 현장 점검을 강화하겠다. 격리 장병 도시락 전수확인·기록유지 및 부대 여건 고려 대대급 이상 지휘관 1개월간 동석 식사를 권장하겠다”고 밝혔다. 직장인 사이에서 익명 게시판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처럼 스마트폰 앱을 기반으로 한 군부대 내 고충처리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방부의 대책이 무의미한 반복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소통 채널을 다시 만들겠다는 것은 문제 해결 방향을 잘못 짚는 것이다. 이미 부지기수로 군대 내 소통 창구는 많다. 왜 장병들이 이걸 안 쓰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전에는 불평만 하고 그냥 먹을 법한 식사도, 요즘은 ‘내가 나라를 위해 일하러 왔는데 이걸 어떻게 먹느냐는 생각이 들면서 폭로를 한다. 세대의 문제로만 설명하기 어렵고 군이 변하는 만큼 장병들이 가진 권리 의식도 같이 성장 중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