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유기업 잇단 식품업계 ‘외도’… 중국우정, 밀크티 시장 진출

2021-06-06 16:48
'우체국 공룡' 중국우정, 지난해 10월 밀크티 가게 열어
시노의 라면사업 등 국유기업 식품업계 진출 잇달아

중국우정이 설립한 밀크티 업체, '유양더차'. [사진=신경보 캡처]
 

중국 국유 대기업들이 식품업계에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국유 석유회사 시노펙(Sinopec, 中國石油化工集團)이 라면 시장으로 보폭을 넓힌 데 이어, 이번엔 우체국 공룡 중국우정(中國郵政)이 밀크티 시장에 발을 들였다. 중국인 소비를 겨냥한 수익다각화 노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中 우체국이 세운 밀크티 업체 '유양더차'
6일 중국 신경보 등 다수 매체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중국 온라인상에서는 푸젠성 푸저우시에 위치한 ‘유양더차(邮氧的茶)’라는 이름의 밀크티 업체가 화제를 모았다. 중국 대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 인기 검색어 순위에 하루 종일 노출돼 있을 뿐 아니라, 업체를 방문한 인증샷까지 잇달아 게재돼 온라인을 달궜다.

유양더차에 관심이 쏠린 건 우리나라의 우체국 격인 중국우정그룹이 설립한 밀크티 업체이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 정보 플랫폼 톈옌차에 따르면 푸젠성의 유양더차는 중국우정 산하 헝타이(恒泰)약업 계통의 업체로, 지난해 10월 설립됐다. 자본금은 1000만 위안(약 17억4000만원) 수준이며, 현재 지난해 11월 신청한 약 100여종의 음료와 식품에 대한 상표등록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회사를 차린 헝타이약업의 대주주는 중국우정자본관리공사로, 중국우정그룹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유양더차는 중국 우체국인 중국우정그룹이 운영하는 밀크티 업체라는 얘기다. 우체국이 운영하는 밀크티 업체라는 생경함 때문에 유양더차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사실 우정그룹은 수년 전부터 비(非)우정 사업에 눈독을 들여왔다. 지난 2010년 편의점 사업을 시도한 게 대표적이다.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우체국의 광범위한 체인을 활용한다는 전략이었다. 이후 2019년부터는 의료업계에 뛰어들어 중국우정대약국 등 온·오프라인 약국의 문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뛰어난 활약을 펼치진 못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유양더차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인 편이다. 중국 밀크티 업계 기복이 크지 않은 편이고,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우정국(우체국) 영업점 약 40만곳을 활용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게다가 매장 인테리어나 음료 디자인도 세련된 편이라, SNS에서의 홍보 효과도 높은 편이라고 중국 현지매체 36커는 평가했다.

유양더차 매장 모습. [사진=웨이보 캡처]

중국 석유공룡 시노펙도 편의점, 커피, 라면 업계 진출
본업 외 사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건 우정그룹뿐만이 아니다. 시노펙도 지난 1월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에서 자사의 새로운 라면 브랜드 ‘이제제(易姐姐) 뤄쓰펀(螺螄粉·우렁이국수)’ 출시 행사를 열었다.

이제제 뤄쓰펀은 시노펙 광시지점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시노펙의 편의점 브랜드 '이제(易捷)'와 같은 발음을 따 이름을 붙였다. 이제제 뤄쓰펀은 현재 전국 이제편의점 3만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시노펙도 2008년부터 사업다각화에 공을 들여왔다. 이제편의점과 더불어 이제커피, 이제제까지 다양한 비정유 사업에 진출해 있다.

이들이 다양한 사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우체국 사업과 정유업은 업종 자체의 수익성이 부진하거나, 불확실성이 큰 업종이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중국 당국이 전략적으로 내수를 키우기로 하면서 식품업계 성장세가 기대되는 것도 우정그룹과 시노펙의 식품 시장 진출 구미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국제 무역(국제 순환)보다 내수 확대(국내 대순환)로 경제를 부양하는 ‘쌍순환’ 전략을 전면에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