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술기업 규제강화에 얼어붙은 홍콩 IPO시장

2021-06-06 14:31
올해 홍콩증시 상장 기업 7개 그쳐.. 2009년 이후 최저치
홍콩증시 상장 3대 中 기술기업 시총 4000억 달러 잃어
"앞으로 전망도 어두워... 대어급 IPO없어"

홍콩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당국의 규제 강화에 홍콩 기업공개(IPO)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신규 상장 건수가 1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상장 기업 성적도 부진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 홍콩 증시에 새롭게 상장한 기업은 7개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뉴욕 나스닥과 IPO 규모 1~2위를 다투던 최근 몇 년간 홍콩 증시 모습과 크게 대조된다.

홍콩 IPO 시장 부진은 중국 당국의 기술기업 규제 강화 영향이 크다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중국의 단속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면서 중국 기술 대기업이 대거 상장돼 있는 홍콩 증시가 약세를 이어간 게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실제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3대 기술 기업인 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퇀의 시가총액(시총)은 넉 달 전 최고치보다 총 4000억 달러(약 446조6000억원) 이상이 빠졌다.

올해 홍콩 증시에서 데뷔 무대를 가진 중국 기업들 대부분의 성적도 좋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28일 상장한 징둥의 물류 자회사인 징둥물류의 첫날 주가는 공모가 대비 3%가량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홍콩 증시 상장 첫날 56% 급등했던 징둥그룹의 또 다른 자회사인 징둥헬스와 비교하면 크게 뒤처진 성적표다.

지난달 31일 상장한 중국 부동산 업체 중원건업(中原建業)도 최근 1년 3개월 사이 최저 규모 IPO 조달액을 기록하면서 부진한 홍콩 증시 상황을 대변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규제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기술 기업과의 금융활동, 반독점 행위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에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고, 34개 기술기업에 반독점 행위를 시정하라고 지시하면서 홍콩 시장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홍콩 증시 IPO가 예정돼 있는 기업 중 IPO 규모가 드러난 업체는 중국 대표 투명 치아교정장치 전문 업체인 시대천사과기(時代天使科技)다. 시대천사과기는 홍콩 증시 상장으로 3억7500만 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외 상장이 예정돼 있는 업체는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유제품 대기업인 이리그룹(伊利集團)의 지원을 받고 있는 유란목업(優然牧業)과 홍콩 증시 2차 상장을 노리고 있는 제약사 베이다약업(貝達藥業) 등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대어급’이 아니라 급랭한 시장 분위기를 되살리긴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그나마 기대가 모아지는 건 중국 2위 게임사 넷이즈(網易·왕이) 산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넷이즈클라우드뮤직이지만, 이마저도 대어급은 아니다. 

자산운용사 에버브라이트의 케니 웬 매니저는 “시장 분위기를 되살리려면 적어도 2~3개의 블록버스터급 IPO가 필요하다”며 “홍콩 IPO 시장의 좋은 시절이 돌아오기는 멀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