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가 배출한 IT 인재들, 모교에 ‘통 큰 기부’ 나선 이유는
2021-06-06 11:49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김창한 대표 등 전산학부 출신 기부 나서
"학교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삶 살게 해 지금의 성공 이뤄"
"학교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삶 살게 해 지금의 성공 이뤄"
“한국의 갑갑한 교육 문화 안에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해준 전산학부에 다들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6일 류석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장은 크래프톤 창업자인 장병규 의장과 김범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대표 등 KAIST 전산학부 출신 기업가, 개발자들이 연이어 기부에 나서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학교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것이 성공의 자양분이 됐고, 그 고마움이 기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가장 먼저 기부의 포문을 연 인물은 장 의장이다. 그는 지난해 KAIST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100억원을 기부했다. KAIST 동문이 낸 기부금 중 역대 최고액이다.
장 의장과 91학번 동기인 류 학부장이 지난 3월 전산학부장으로 부임한 이후 동문들의 기부가 급격히 늘었다. 가장 먼저 2년 후배인 김범준 대표가 기부에 동참했다. 카카오와 우아한형제들에서 각각 근무하는 서하연(95학번), 한동훈(96학번)씨 부부와 게임 개발사 데브시스터즈 소속 06학번~16학번 동문도 기부에 동참했다.
장 의장은 크래프톤 전현직 직원 10명과 함께 지난 4일 110억원의 발전기금을 약정했다. 여기엔 김창한 크래프톤 최고경영자(CEO)도 포함됐다. 크래프톤 직원들이 55억원을 조성했고, 회사가 이와 동일한 액수를 출연했다.
기부에 참여한 신승우 네오위즈 공동창업자는 “모교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배우고 얻은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지만 표현하지 못했다”며 “그 고마운 마음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자 기부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동문들의 기부금은 전산학부 시설 증축에 사용된다. 전산학부는 2016년에 450여명 규모에서 현재 900명 규모로 늘어 교육, 실습, 연구 등을 위한 공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기부자의 뜻을 기려 ‘크래프톤’의 이름을 붙은 공간이 마련될 전망이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크래프톤 놀이터’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한다.
류 학부장은 “그동안 학교에 기부 의사가 있었지만 기부처를 정하지 못했던 전산학부 출신들이 학부가 처한 사정을 듣고 기부에 동참했다”며 “건물 증축에 기부금을 사용하는 것에 부정적이던 동문들도 학부와 후배들을 위한 일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AIST 전산학부 출신의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 대표 또한 지난 3월 이광형 총장 취임식에서 “KAIST가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를 넘어섰으면 좋겠다”며 학교를 지원할 의사를 밝혔다. 김 대표는 2018년부터 기부금 1000억원을 내놓고 전국 주요 권역에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