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VC] 핑크퐁 아기상어와 무신사, 시그나이트파트너스
2021-06-05 13:38
스타트업은 이제 마이너 문화가 아닙니다. 창업과 일자리, 수출과 해외 자본의 유입,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곳이 바로 스타트업계입니다. 벤처캐피탈(VC)업계는 스타트업의 성장과 함께 흥미로운 뉴스를 만들어 냅니다. 대기업의 인수 소식과 조 단위의 인수합병(M&A), 1인 창업에서 기업공개(IPO)에 이르는 성공 스토리까지. ‘스타트업+VC'에서는 스타트업계를 뜨겁게 달군 뉴스를 한 번 더 들여다보고, 그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일론 머스크도 아빠구나”
지난 1일(현지 시간) 트위터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스마트스터디가 만든 핑크퐁 아기상어 동요 유튜브 영상에 대한 리트윗이었습니다.
핑크퐁 아기상어 댄스 유튜브 조회수는 86억 회를 넘기면서 전 세계 유튜브 조회수 1등 영상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는데요, 일론 머스크가 이것을 언급한 것이죠.
그의 트윗에 반응한 것은 삼성출판사 주가였습니다.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삼성출판사는 스마트스터디 지분 18.53%를 보유한 2대 주주입니다. 창업자 김민석 대표가 김진용 삼성출판사 대표의 장남이기도 하고요.
아무리 특수 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기상어 등장에 삼성출판사만 주목받으면 아쉽겠죠.
그래서 제가 스마트스터디 내부 직원들은 일론 머스크 트윗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물어봤습니다.
이승규 스마트스터디 부대표는 “일론 머스크의 따님들이 어린데, 그분들도 베이비샤크 팬이구나. 일론 머스크도 아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인이 만든 유아 콘텐츠를 이렇게 전 세계에서 즐기고 있다니 흐믓하죠.
이번 기회를 통해 스마트스터디가 테슬라와 함께 협업할 수도 있을까요?
그 가능성을 묻자 “그런 기회가 생기면 너무 좋겠죠(웃음)”라고 답했습니다.
전 세계 유튜브 조회수 1위까지 기록한 스마트스터디, 테슬라와 협업하지 말라는 법도 없겠죠.
조만호 대표 사퇴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최근 여성 회원만을 대상으로 발행된 할인 쿠폰과 ’남혐 논란‘을 불러온 이벤트 이미지 논란 등에 책임지고 물러난 거죠. 내부에서는 수개월 전부터 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하지만,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는 갑작스런 결정이었죠.
조 대표의 사퇴 소식을 들은 패션 스타트업계와 VC업계도 의아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패션 업계가 소비자 반응에 민감한 것은 맞지만 대표가 사퇴할 정도의 사안이었는지 모르겠다.”(A 패션 스타트업 관계자)
“게임 업계나 it 업계에서는 직원이 자살하는 등 더 큰 사건이 발생해도 대표가 사임까진 하지 않는다.”(VC 업계 관계자)
현재 무신사는 성장을 위한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기업공개(IPO)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고, 오프라인 매장 확대와 스타일쉐어·29CM 인수 등 격변의 한 가운데 서 있죠.
이런 중요한 시기에 창업자이자 20년간 회사를 키워 온 조 대표가 물러나는 결정이 어떤 파급효과를 불러올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왜 조 대표는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사퇴라는 결정까지 하게 됐을까요. 진짜 마음은 조 대표 본인만 알겠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분석해볼 수는 있습니다.
우선, 조 대표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됩니다.
그는 최근 논란으로 겪은 마음고생과 직원들에 대한 믿음을 표현하면서 마지막으로 “20년 전 은평구 갈현동 반지하 빌라의 좌식 책상에서 시작된 여정을 성수동 지하 두 평 사무실에서 끝마칩니다. 진심으로 제 일을 사랑했습니다. 여러분께 기억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끝맺습니다.
조 대표는 진심으로 자기 일과 패션을 사랑한 인물이었죠. 무신사의 시작도 신발을 좋아했던 그가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이름의 커뮤니티였습니다. 신발을 좋아한 그는 회사가 커지고, 패션보다는 경영에 신경 쓸 일이 많아졌을 겁니다. 경영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보다는 사업과 직원의 관리, 조직문화 등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패션 스타트업 관계자는 “최근 논란이 있었다고 해서, 그 이슈가 (대표 사임 카드를 꺼낼 정도로) 회사에 엄청난 타격을 주지는 않았다고 생각된다. 경영이나 조직 관리에서의 부족함을 느꼈을 수도 있고, 경영이 아닌 다른 쪽에 집중하려는 것이 아닐까”라며 “아무래도 회사가 커지다 보면 정말 좋아하는 일보다는 관리나 경영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패션에 뜻이 있다면 그 분야에 더 집중하거나 해외 진출 등에 신경 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대표직에서 사임했지만, 이사회 의장직을 맡게 됐습니다. 의장이라는 직책은 경영에서 한 발짝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큰 방향을 결정하는데 함께 하면서 외부 영향은 덜 받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자면, 조 대표의 사임은 기존 대기업들에서 볼 수 없었던 스타트업계의 독특한 문화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은 보통 무일푼 창업으로 시작해 시드 투자를 유치하고 단계별 투자를 통해 성장해 시장 점유율을 키워갑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기업이다 보니 애정이 클 수밖에 없지만, 대기업 총수들과 달리 경영에 집착하지는 않습니다. 기업을 10년, 20년 경영하는 것보다 엑시트가 성공의 지표로 평가받기도 하는 스타트업계에서 전문경영인 선임은 이상한 일이 아니죠. 유독 성공한 벤처기업인 중 ‘의장’이라는 직책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VC업계 관계자는 “패션 업계가 경쟁이 치열해서 이슈 관리에 굉장히 민감하지만, 성공한 벤처인이 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경향도 있다. 다른 회사 투자나 보육, 큰 방향의 비전 제시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려면 외부감사 등에서 자유로운 의장직을 선택할 수도 있다”며 “최근 이슈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영 다각화를 위한 전문 경영인 선임, 자신의 새로운 역할을 찾기 위한 1석 2조의 선택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눈에 띄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지난해 7월 설립된 이후 고유자금으로 패션 쇼핑 플랫폼 에이블리에 투자했는데요, 법인 설립 5개월 만에 500억원 규모의 ‘스마트 신세계 시그나이트 투자조합’ 펀드 결성에 성공했습니다.
올해 2월에는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 플랫폼 그랩에 투자하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았고, 지난 3월에는 헬스케어 기업 휴이노에 10억원을 투자하면서 이 분야에 처음 발을 들여놨습니다.
지난달에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최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컴업(COMEUP) 2021’ 조직위원회에 처음으로 참가하는 등 외연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컴업 조직위에서 활동하면 창업정책을 총괄하는 중기부와의 접점을 넓힐 수 있고, 유망한 스타트업 및 투자사를 만날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향후 2년간 최소 20건 이상, 400억원 이상 비대면 웨어러블 분야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앞으로의 활약을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