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 VS 선별' 당정 갈등 데자뷰… 기재부 또 밀리나
2021-06-03 16:04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성장률 0.1%P 높여
OECD·IMF 등 국제기구 "선별지원이 효과적" 제언
정치권 "보편지원으로 소비 활성화, 자영업자에 도움"
OECD·IMF 등 국제기구 "선별지원이 효과적" 제언
정치권 "보편지원으로 소비 활성화, 자영업자에 도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추경으로 지원할 대상의 범위를 두고 여당과 기재부가 또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여당에서는 여름 휴가철을 맞이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의견을 낸 반면 기재부에서는 선별 지원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와 학계에서도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기재부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밀어붙이기에 기재부의 버티기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3일 국회와 정부당국에 따르면 2차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1차와 같은 기준을 사용하면 약 14조원이 필요하다. 1인당 주는 것으로 기준을 바꿔 25만원을 지급하면 12조7000억원, 30만원을 지급하면 15조3000억원이 소요된다.
허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실시한 2차 추경의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는 0.1%포인트였다. 2019년 실질 GDP의 0.1%는 1조8500억원 수준이다. 2차 추경으로 국비 12조2000억원이 투입됐는데 성장률로 이어진 효과는 투입된 금액의 6분의1도 안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지원금을 지급한 것은 코로나19로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위기의 방향이 어느 쪽으로 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OECD는 중간경제전망에서 "코로나19가 각 부문별로 미친 영향과 지속성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며 "한국은 경제가 굳건한 회복세를 보일 때까지 취약계층과 기업들에 대한 선별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3월 연례협의 결과보고서에서 "확실한 반등 흐름을 보이는 수출과 달리 서비스 분야와 소비 회복은 미흡한 상황이며 고용도 코로나 이전을 밑도는 수준"이라며 "추가 재정 확대를 통해 피해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지급 영향으로 6월과 7월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4.6%, 6.4% 올랐다. 이는 물가를 0.35%포인트, 0.48%포인트 끌어올렸다.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으로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던 중 재난지원금으로 인한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부 상쇄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기저효과로 인해 4월과 5월 물가는 각각 전년 대비 2.3%, 2.6% 상승했다. 정부는 하반기에는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추경이라는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 지 예단할 수 없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회복한 상태에서 확장정책을 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실물로 가지 않는다면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와 같은 자산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자영업자와 같이 현재 어려운 부문을 어떻게 지원할지도 결정되지 않았고 코로나19 이후 어려워진 사람들에 대한 이슈도 큰 상황"이라며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먼저 하겠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추가 재정 투입을 언급하면서 "경기 회복이 불균등하고 일자리 양극화가 뚜렷하다"고 발언한 점에 주목한다. 이는 보편지원보다는 선별지원에 방점이 찍힌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반응은 다르다. 연일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띄우며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양극화를 막고 소상공인을 살리는 마중물"이라고 주장했으며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내수 경제 회복 촉진의 수액"이라고 표현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해야 한다는 안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