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실세' 전두환·'무기력 대통령' 최규하...미 국무부 문서로 재확인

2021-06-02 14:32
외교부, 美국무부에 5·18 관련 문건 공개 요구
"한·미, 민주주의 공감대...문서 해제로 이어져"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 탄압 현장. [사진=이동원 기자]

5·18 민주화 운동 당시 12·12 군사반란을 주도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실세였다는 사실이 2일 재차 확인됐다.

미 국무부가 최근 외교부에 전달한 5·18 민주화운동 관련 외교문서(14건·약 53쪽)에 따르면 주한 미국대사관은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직후 본국에 전문을 긴급 타전했다.

'서울에서의 탄압'이라는 제목의 해당 전문에는 군부가 비상계엄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실권을 완전히 장악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미 국무부는 전두환에 대해 "군부 내에서 결정적이지는 않더라도 중심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규하 당시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 결정 과정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설명하며 '무기력한 대통령'이라고 적었다.

앞서 미 국무부는 해당 전문을 1990년대 중반 기밀 문서에서 해제했다. 그러나 전두환과 최규하에 대한 이 같은 서술은 가려져 있었다.

이에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가려진 부분이 진상을 파악하는 데 중요하다고 판단, 지난 2019년 외교부를 통해 미 측에 문건의 완전한 공개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미 측이 이번에 공개한 문건에는 당시 미 행정부가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을 실세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겪은 정황 등도 담겼다.

이밖에도 12·12 사태 직후 레스터 울프 미 하원의원의 방한 등도 서술됐는데, 민주화운동 진압 작전이 펼쳐진 과정과 발포 명령 주체 및 암매장 사건 등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관계자는 "단 5·18 관련 전후의 정치적인 상황과 12·12 사태부터 시작된 군사 쿠데타의 연장 등 쿠데타가 어떤 정치적인 맥락에서 이뤄졌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대부분 '우리가 그럴 것'이라고 알고 있는 내용을 문서로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2019년 11월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관련 문서의 비밀해제 검토를 공식 요청했고, 미 측은 지난해 43건을 공개한 바 있다. 올해도 14건을 추가로 공개한 셈이다.

특히 외교부는 지난 1990년대 중반 부분 공개된 5·18 민주화운동 관련 문서 80건의 완전한 공개를 요청했는데, 미국 측은 이 가운데 23건을 제외한 나머지 문서를 한국 측에 공개한 상태다.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관계자는 "(미국이) 민감한 대목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기밀해제를 해도 좋은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면 그 문서가 공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군사적 사건임을 감안, 국무부 외에 국방부와 한미연합군사령부, 태평양사령부, 국방정보국(DIA) 등을 상대로도 문서 공개를 요청했다.

외교부는 이번 문건 공개와 관련해선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기밀 문건을 추가로 전달받은 데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미국 연방정부 상당수 인력이 정상적으로 출근을 하지 못하는 제약 속에서도 14건의 추가 비밀 해제 문건을 우리 측에 전달했다"며 "그간 꾸준히 다져온 양측의 공감대가 이런 비밀문서 해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