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특금법은 기득권자를 위한 법인가?

2021-06-02 00:05

지난 3월 25일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은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9월 25일 정식 발효된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는 불법 영업을 하다 적발되면 최대 5년 징역형을 받게 된다. 또한 5월 28일 정부가 내놓은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에 따르면 오는 9월 25일까지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와 심사를 거쳐 정부가 직접 가상자산 거래소를 관리한다. 신고요건은 △ISMS 인증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개설 확인 △대표 및 임원 금융 관련 법규 위반 유무 등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심사를 담당하며, 신고 등록되는 거래소는 △자금세탁방지 의무 △횡령방지 의무 △해킹방지 의무 등이 부여된다. 미신고 영업의 경우 특금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 처벌을 받게 되며, 금융위는 FIU를 통해 주기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소의 고객확인, 의심거래 보고, 내부통제기준 마련, 가상자산 이전 시 정보 제공 등 의무 위반 여부를 검사하고 미 이행 시 과태료 부과 및 영업정지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 밖에 FIU는 △고객 거래내역 분리관리 △예치금 분리관리 △미확인 고객과 거래금지 △미신고 사업자와 거래금지 △다크코인(주소이전 기록 확인 불가 암호화폐) 거래금지 등의 의무를 부여하고 미 이행 시 과태료 부과 및 영업정지, 신고, 말소가 가능하다.
 
또한 국회의원들이 낸 가상자산 관련 특별법 제정안(또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속속 발의되면서 암호화폐 규제 및 제도권 진입이 본격 가시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사기성 코인 발행 업자들과 다단계 업자들이 사업을 정리하고 지하로 잠적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사기성 코인 발행업자와 다단계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코인 가격 펌핑이라는 주가 조작에 다름없는 코인가격 조작행위, 이른바 마켓메이킹 시스템 사업자들이 사업을 접고 잠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암호화폐 시장을 도박판으로 만든 가장 큰 주범이 이 마켓메이킹 업자들인데, 사전에 충분히 감지하고 방지할 수 있었던 이들 범죄자의 활동을 방기(放棄)하고 시장을 도박판으로 몰아버린 주역이 정부 당국자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외양간을 만들지 않아 늑대들에게 실컷 잡아 먹히게 놔두었다가 뒤늦게 외양간을 만들겠으니 소를 반드시 여기에 넣어두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식이다.

모든 산업 중에서 가장 규제가 심한 분야가 금융이다. 금융권은 라이선스 산업이다. 라이선스는 탈중앙화 블록체인 생태계가 활성화될 경우 밥그릇이 사라지는 ‘중간 사업자 자격증’이라 할 수 있는데, 금융 라이선스는 일종의 권력이다. 우리나라에는 증권사가 무려 59개나 되는데, 한번 라이선스를 받으면 자동으로 중재자 위치를 부여받아 금융 거래 중간에 개입하여 수수료로 기생(寄生)할 수 있기에 권력이라 한다. 이런 중간 사업자의 횡포와 도덕적 해이로 발생한 것이 2008년 금융위기이며, 이에 반발하여 등장한 것이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다. 이렇게 블록체인의 기본정신은 이 중간 라이선스 집단을 없애자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금융권 수장이나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로비를 통해 자기들 밥그릇 지키는 데 혈안이 된 듯하다. 입으로는 투자자 보호를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자신들 밥그릇 지키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투자자(投資者)는 보호해서도 안 되고 보호해줄 수도 없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재물(資)을 위험을 감수하고 던지는(投)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당초 특금법의 근간이 되었던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은 규제 대상을 한정했으나 우리나라는 전면금지 수준의 강력한 규제를 추진 중이다. 전 세계에서 중국·터키·인도를 포함한 단 4개국만 이러한 강력 규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특히 정부 규제안과 국회 제출 법안 모두 가상자산에서 증권형 가상자산을 배제하고 있다. 미국은 증권형 토큰을 허용해 주고 있는 반면, 정부는 비증권형 가상자산(지불형, 이용권형)까지 통제를 목적으로 인가·등록 등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를 들이대고 있다. 지불형 토큰은 이미 디지털 상품권 형태로 널리 쓰이고 있고, 이용권형도 포인트 형태로 일상화된 상황에서 유독 암호화폐 형태로 만든 것만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또한 암호화폐 규제의 주된 이유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내재가치가 없다는 주장인데 내재가치가 없기는 법정화폐 역시 마찬가지이며,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 역시 가격 변동성의 진원지가 정부 규제발표라고 볼 때 이 역시 자기변명에 불과하다.

미국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 상장을 통해 시가총액 100조원(상장 당시)이 넘고, 페이스북도 포기하지 않고 디엠이라는 암호화폐 발행을 준비 중이다. 암호화폐공개(ICO)가 본격화된 이후 지난 4년간 온갖 사기와 불법이 판치도록 시장 방임에 따른 직무유기가 거론되고 비트코인 가격이 7000만원을 넘나들며 투자자가 몰려드니 뒤늦게 자기 합리화에 난리 치는 모습일 뿐이다. 특히 이번 특금법의 내용이 메타버스에서 필수적인 암호화폐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한 줌도 없이 오로지 금융 권력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 같다.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명예회장[사진=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