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백신여권 도입 수순?...미 국토장관 '면밀히 검토' 언급에 우왕좌왕

2021-05-30 17:18

미국 정부가 '백신 여권' 도입 여부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출입국과 이민을 담당하는 부처의 책임자인 알레한드로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방송에서 이를 긍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불러온 것이다.

지난 28일(현지시간) ABC에 출연한 마요르카스 장관은 방송 말미에 진행자로서부터 "올여름 유럽 등 각국에서 국경을 재개하는데, 향후 미국을 출입국하는 해외 여행을 위한 백신 여권을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그는 "이를 매우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very close look)"면서 "우리가 백신 접종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어떠한 여권이라도 모두가 접근 가능해야 하고, 누구도 권리를 박탈 당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마요르카스 장관은 이어 "무엇보다도 우선 전제해야 할 부분은 모든 사람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미국인들의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다만, 마요르카스 장관의 짧은 답변은 이후 큰 파장을 불러왔다.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항공여행 등 이동의 자유 권리를 보장하는 백신 여권은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지난 2월부터 오는 7월 도입을 목표로 준비 과정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미국에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고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거센 반발 여론이 일어났으며, 미국 백악관은 몇 차례에 걸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백신 여권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왔다.

앞서 지난 4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대담에서 EU와 미국이 공동의 백신 여권 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안했지만,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를 부정했으며 이달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미국)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백신 여권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이날 미국 국토안보부는 뒤늦게 논란 진화에 나섰다. 국토안보부는 이날 포브스와 NBC 등의 논평 요청에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미국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백신 접종 여부 정보를 축적하거나 자격을 증명하는 중앙 집중 방식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거나 의무화 지시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국토안보부는 이어 "장관의 발언은 해외 여행을 원하는 미국인들의 해외 출입국 과정을 쉽고 빠르게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의미"라면서도 "향후 해외 국가가 요구하는 입국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백신 접종 상태를 보여주는 등의 선택지를 검토한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오는 31일 미국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메모리얼 데이 연휴를 맞아 대표적인 휴양지인 플로리다주 등으로 대규모의 미국인들이 '보복 여행(revenge travel)'에 나섰다.

이는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 접종을 마쳤을 경우에 한해 항공편 이용 등 국내 여행과 이동이 가능하다고 방역 지침을 수정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지난 27일에는 185만명이, 28일에는 196만명이 항공기를 이용해 코로나19 사태가 들어선 이후 최대 항공 여행 규모를 기록했다. TSA의 집계상 항공기 이용자 수가 하루 190만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다만, 아직까진 해외여행에는 제한이 걸린 상황이라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당시의 하루 250만명 수준은 회복하지 못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는 이번 연휴 기간 자동차를 이용한 여행객(80.4672㎞ 이상 이동)의 숫자 역시 37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휘발유 가격 분석 업체인 '가스버디'는 나흘의 연휴 동안 미국인들이 자동차 여행에서 쓰는 기름값만 47억 달러(약 5조2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로널드 레이건 국제 공항에서 항공기 탑승 수속 중인 미국인들. [사진=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