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찬 칼럼] 달라진 미국, 한미동맹 미래향해 점프해야
2021-05-29 06:00
문재인 대통령 방미의 성과가 주목 받고 있다.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감염병 사태 속에서 이루어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55만 한국군인에 대한 미국의 백신 공여 등 기발하고 유쾌한 그림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이전과 달리 준비된 정상회담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많은 사람들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빛바랜 구호처럼 보이던 한·미동맹이 심기일전한 것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미국의 리더십이다. 외교에 경험이 없었고 비즈니스 거래와 국가 간 외교의 차이를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이 퇴장하고, 나름대로 외교의 노하우를 체득했고 장기적 국익을 바라볼 줄 아는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전문성과 팀워크를 갖춘 새로운 외교안보팀이 회담을 뒷받침하였다.
한·미동맹은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큰 자산이다. 지정학적인 면에서 보자.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약한 이웃에게 힘을 과시하는 성향을 지닌 주변 강대국들과 상대해야 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생존과 핵심이익이 위협받을 때 도움받을 수 있는 동맹관계다. 한국은 원교근공의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동아시아에 자리하고 있는 팽창적 성향의 강대국들을 견제하는 데 협력을 구할 수 있는 동맹관계다.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중요한 요소다.
정상회담의 성과를 보면서 미국의 일부 외교안보 전문가들 그리고 한국의 일부 보수논객들은 정말 한국이 전통적인 한·미동맹의 틀로 돌아온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질문이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한·미동맹은 달라져왔다. 변화의 시작은 2002년 말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이었다. 이후 한·미관계는 일방적인 관계를 벗어나 주요 사안에 대한 입장조율을 필요로 하는 관계가 되었다. 한국의 국력이 신장되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면서 이제는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정말 던져야 될 올바른 질문은 한·미동맹이 미래를 향해 바람직한 틀로 가고 있느냐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는 한미동맹뿐만 아니라 미국의 다른 동맹관계들도 흔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한 관계들을 정상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면 정상외교를 동아시아에서부터 시작한 것은 그만큼 안보와 세계경제에서 동아시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번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정치적 복원력을 찾고 있던 청와대는 이번 방미 정상외교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홍보가 아니고 정책전환이다. 보궐선거에 패배한 것은 정책 실패가 그 뿌리다. 이번 방미의 성과를 많은 사람들이 높이 평가하고, 야권에서도 나름대로 인정하는 것은 정책방향이 이전과 달라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스스로 달라지는 것에 두드러기 반응을 보여왔다. 외교안보든 경제든 계속 잘못된 정책들을 고집하고, 전문가들을 배척하며 이념적 편향이 있는 사람들만으로 국정을 운영하면 이번 방미의 성과로 얻은 동력은 사라지고, 현 정부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게 될 것이다.
채수찬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수학과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카이스트 대외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