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건설(建設)다운 산업(産業)

2021-05-27 10:07

[사진=손태홍 건산연 연구위원(공학박사)]

유대인의 지혜서 미드라쉬에서는 뒷담화는 세 사람을 죽인다고 했다. 말하는 자, 험담의 대상자, 그리고 듣는 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겠다. 그런데도 뒷담화를 안 해 본 사람이 있을까. 한 번쯤은 저 사람은 어떻다며 없는 곳에서 말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렇다 보니, 주변에서 뒷담화는 모두가 하는 것이니, 해도 되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험담을 뒤에서 하지 않고 얼굴 앞에서 한다면 어떨까. 시도 때도 없이 욕먹는 건설산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건설산업은 부인하기 어려운 ‘불안전’ 산업이다. 숫자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2019년 기준 전체 산업별 재해 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6.9%로 25.18%의 제조업보다도 높으며, 2019년 한해 건설업의 사고사망자는 428명에 이른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숫자다. 이러다 보니 중대재해처벌법의 엄격한 시행을 통해 산업재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 속에서 대표적인 불량 사례로 건설업은 항상 거론된다. 험담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경영책임자, 법인을 대상으로 1년 이상 징역과 10억 원 이하 벌금 및 징벌적 손해 배상 등의 처벌을 내리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을 비롯한 여타 안전 관련 법률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의 처벌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건설기업의 경영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법률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이런 업계의 목소리가 제시 가능한 의견이 아니라 변명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적 뒤에는 건설사업의 안전관리 강화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강조됐고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기업은 안전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겠노라고 약속을 거듭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는 주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식의 주장은 과거 공공공사 입찰 담합으로 다수의 기업이 처벌을 받았을 당시에도 있었다. 위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업계의 계속된 결심과 정부의 사면이 있었음에도 담합이 적발되니 기업에 엄한 처벌을 내려야 마땅하다는 주장 많았다.

하지만 담합이 발생하는 데는 1공구 1사 원칙 등과 같은 비효율적인 형태나 가격 중심의 발주 방식 등도 영향을 미쳤고, 이러한 복합적 요인들에 대한 이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즉, 산업이라는 유무형의 테두리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책임은 기업에만 있지 않다는 의미다. 우리만 잘못한 게 아니니 좀 봐달라는 책임회피의 자세가 아니라 산업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욕을 먹기에 딱 좋은 생산 환경을 가진 건설산업이다. 그래서 다른 산업보다 훨씬 더 노력해야 좀 나아지는 게 티가 난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바뀌었구나, 잘하고 있다고 하는 말을 들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달라진 건설산업이 되기까지 지금과 같은 험담과 지적은 계속될 것이다. 그래도, 우리만 가지고 그런다고 볼멘소리는 하지 말자.

국가 경제성장 축의 하나로, 국가의 인프라 건설과 유지를 담당하는 핵심 산업으로, 국민의 안전한 환경을 건설하는 데 이바지하는 건설산업으로 담대하게 받아들이자. 하지만, 잘못된 지적과 험담에는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에 집중하자. 그래야 ‘건설’다운 ‘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