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가계부채] 역대급 1765조…최저 수준 연체율에도 맴도는 불안감

2021-05-27 08:00

가계 빚이 역대 최대 규모인 1765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연체율은 하락 추세지만,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될 경우 차주의 상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또한 금융권으로 리스크를 전이할 수 있는 불안요인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지난해 4분기 말(1681조8000억원) 대비 37조6000억원(2.2%) 늘었다. 증가 폭이 직전 분기(작년 4분기·45조5000억원)와 비교해선 약 8조원 줄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2003년 이전 가계신용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에 사실상 최대 기록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대금)을 빼고 가계대출만 보면, 1분기 말 현재 잔액은 1666조원으로 집계됐다. 역시 사상 최대 기록으로, 작년 4분기 말(1631조5000억원)보다 34조6000억원 또 늘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잔액 931조원)은 1분기에만 20조4000억원이 불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735조원)도 1분기에 14조2000억원 늘었다. 1분기 판매신용(결제전 카드사용액) 잔액은 99조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금융감독원의 조사에서 은행권 연체율은 낮아지는 추세로 나타났다. 3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연체율은 0.28%로 집계됐다.

이는 2월 말 대비 0.05% 포인트, 작년 3월 말 대비 0.11% 포인트 각각 내린 수준이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7년 이래 최저치였던 작년 12월 연체율과 같은 수치다.

지난 1월(0.31%)과 2월(0.33%) 상승세를 보이던 연체율이 이달 들어 낮아진 것은 통상적으로 분기 말 연체율이 낮아지는 추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월부터 이어온 코로나19 피해계층 지원을 위한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로 인해 실제 연체율이 희석됐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최근 처음으로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언급한 가운데, 금리인상 가능성은 향후 이자 부담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한국에도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되고 이는 곧 가계부채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개인대출 금리가 1% 포인트 오를 때 전체 가계가 내야 할 이자는 약 11조8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5일 서울 시내에 한 각대출 전단이 떨어져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