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숍의 탈뷰티] 1분기 아모레·LG생건 살아나는데…로드숍은 '울상'

2021-05-27 06:00

한때 길거리를 장악했던 화장품 로드숍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LG생활건강 등 화장품 대기업들은 코로나19 악재를 뚫고 실적 개선세에 접어들었지만, 로드숍들은 올 1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견 로드숍 4곳 가운데 3곳은 적자를 기록했다. 모두 오프라인 매장 위주의 중저가 화장품 기업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표적인 '1세대 로드숍'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1분기 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666억원으로 집계됐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에만 미샤·어퓨 등 오프라인 매장 600여개 중 30% 가량인 170여개의 문을 닫았다.

2017년부터 4년째 적자인 토니모리의 1분기 매출은 18% 감소한 273억원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 효과로 영업손실을 대폭 손봤지만 그래도 1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잇츠스킨 운영사 잇츠한불의 매출은 375억원, 영업손실은 29억원이다.

화장품 로드숍은 2000년대 서울 명동·강남 상권을 장악했다. 특히, 2011년 경기둔화로 합리적 구매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중저가 시장은 빠르게 확대됐다. 때문에 2013년만 해도 로드숍 시장 규모는 2조7000억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호황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소비트렌드가 급격히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그 규모는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 수요로 근근히 버텨왔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수혜를 볼 수 없게 됐다. 명동 상권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졌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더라도 화장품 로드숍의 미래는 어둡다고 평가한다. 단순히 OEM·ODM 생산업체에 의존해 마케팅으로만 승부를 봤던 업체들에 온라인으로 인한 경쟁심화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럭셔리 시장은 자체적인 대규모 생산시설과 R&D센터, 특허와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대단히 높은 반면, 중저가 매스 시장은 자본과 아이디어, 가맹점주들을 확보할 수 있는 네트워크만 있으면 언제든지 시장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온라인 채널을 통해 신규 브랜드 진입이 쉬워지면서 상위 브랜드와 신규 브랜드 사이에서 샌드위치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연간 1000억원 이상을 R&D에 쏟아붓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기술력을 에이블씨엔씨나 잇츠한불과 동일선상에 두고 본다는 가정이 무리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