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나사 풀린 중국…"감염자가 1500㎞ 종단"
2021-05-21 00:00
랴오닝·안후이성 등 감염 지속
감염된 채 5개 도시 넘나들기도
건강코드·거리두기·마스크 '느슨'
방역수위 낮추니 위기의식 저하
동계올림픽 앞두고 고민 깊어져
감염된 채 5개 도시 넘나들기도
건강코드·거리두기·마스크 '느슨'
방역수위 낮추니 위기의식 저하
동계올림픽 앞두고 고민 깊어져
최근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고 있는 건 무뎌진 방역 의식 탓인 것으로 드러났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로 1500㎞ 거리를 남북으로 종단하는가 하면, 의료 시설 내에 감염이 이뤄지기도 했다.
확진자 발생 지역에서는 건강 코드 확인도, 마스크 착용도 지켜지지 않았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0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랴오닝성과 안후이성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일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랴오닝성은 잉커우(營口) 등에서 19명, 안후이성은 루안(六安) 등에서 16명이 나왔다. 무증상 감염자도 꾸준히 추가되고 있다.
사진 촬영 강사인 리(李)씨와 뤼(呂)씨가 바이러스를 운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회사 소속인 리씨와 뤼씨는 지난달 26일 각각 란저우와 베이징을 출발해 잉커우 바위취안(䚨魚圈)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감염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후 리씨는 지난달 1일 랴오닝성 다롄에서 항공편으로 안후이성 허페이에 도착한 뒤 루안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리씨는 8일까지 루안에 머물며 사진 촬영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뤼씨는 잉커우에서 유사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베이징을 거쳐 안후이성으로 넘어왔다.
잉커우에서 루안까지는 직선 거리로 1500㎞ 이상이다. 중간에 택시를 수차례 이용했고, 호텔과 공항과 버스 정류장에도 들렀다.
잉커우와 루안에서는 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나 사진관 방문객들이 대거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 건물의 경우 입출입 시 QR코드를 활용한 건강 코드 확인 절차가 없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았다.
루안의 스리(世立)병원은 코로나19 증상을 느껴 내원한 환자를 거리 두기 없이 대면 진료했고, 소속 의사는 병원 밖에서 해당 환자에게 수액을 주사하기도 했다.
해당 병원은 영업 정지를 당했고, 의사는 법적 처벌을 받았다.
잉커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관내 한 보건소를 찾은 확진자는 수액을 맞고 퇴원해 시내를 활보했다. 확진자가 들렀던 보건소는 의사까지 감염됐다. 이 보건소도 인가가 취소됐다.
중국 당국은 잉커우 바위취안구 부서기와 구청장을 면직하고, 루안의 방역 담당자에게도 책임을 물어 직무를 정지시켰지만, 사후 약방문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장칭우(姜慶五) 푸단대 교수는 "우리의 기초 의료 네트워크가 코로나19를 조기에 발견하지도, 걸어 잠그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지역사회 감염은 4월 중순을 전후로 한 달 넘게 은밀하게 전파됐다"며 "리씨나 뤼씨가 최소 환자는 아닐 것"이라고 부연했다.
◆ 낮아진 방역수위···건강코드·거리두기·마스크 '느슨'
중국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발생 후부터 1년 넘게 철저한 통제·관리를 유지하며 확산을 막아 왔다. 미국·유럽 등의 확진자 및 사망자 수와 비교해 성공적인 방역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올 들어 경제 회복 가속화와 소비 촉진 등을 위해 방역 수위를 낮춘 게 중국인들의 위기 의식 저하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여러 상황을 감안하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져도 지난해 우한의 사례처럼 전면 봉쇄 등은 어려울 것"이라며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인구가 워낙 많아 접종률이 빠르게 오르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기준 중국의 누적 백신 접종 건수는 4억3569만 도스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