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 사태가 열흘째를 맞은 가운데, 이스라엘이 미국의 통제를 벗어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 여론이 악화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4차례나 통화하며 휴전을 종용했음에도 효력이 없는 모양새다.

19일(현지시간) AP와 악시오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주 들어 네 번째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오늘 중 단계적으로 휴전에 이를 수 있는 중대한 긴장 완화 조치를 기대한다"면서 강하게 압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선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한다"는 문구도 삭제했다. 이는 그간 양측의 통화 사실을 공개할 때마다 삽입했던 내용으로, 이를 두고 AP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을 향해 교전을 확대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경고한 것"하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악시오스는 이날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수장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역시 이스라엘 측에 '지지 철회' 의사를 밝혔다고도 전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전화 통화 이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 블링컨 장관과 가비 아슈케나지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연달아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아슈케나지 장관이 '가자지구 작전을 완료하기 위해선 며칠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자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이스라엘이) 작전을 곧 끝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또한 해당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이 통화에서 "그간 미국은 프랑스가 주도한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공동 성명 추진을 저지해왔지만, 더 이상 공개적·외교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팔 사태가 열흘째로 접어들며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 규모가 불어나고 있지만, 그간 미국은 이스라엘 지지 의사를 접지 않으면서 UN 안보리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개입하는 것을 막아왔다.

특히, 전날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프랑스는 휴전안을 포함한 공개 성명을 제안하며 공동 채택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결국 미국의 반대에 부딪혀 그간 있었던 4번의 시도가 모두 무산했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국내외에서 모두 비판에 직면하며 진퇴양난의 입장에 빠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전후 줄곧 민주주의와 인권, 국제사회의 다자 협력을 강조해왔음에도, 민간인 희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무차별적 공습을 퍼붓고 인종차별적 분리 정책을 시행하는 이스라엘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미국 하원에선 민주당 소속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AOC) 하원의원을 비롯한 진보적 성향의 의원 6명이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산 무기 판매 승인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반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미국의 설득에도 자국이 목표한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는 군사 작전을 중단할 의향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한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행정수도 텔아비브에 위치한 군사기지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중국, 러시아, 인도, 독일, 일본 등 외국 외교관 70여 명을 상대로 브리핑을 진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그들(가자지구 내 하마스 세력)을 정복하거나 억제할 수도 있다"면서 "지금으로선 강력한 억제 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그 어떤 것(목표)도 배제하고 있진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테러 활동 준비를 하고 있다는 증거를 공개하고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한 혐의를 담은 영상을 보여주면서 "팔레스타인이 이번 싸움을 촉발했다"고 말해 전쟁 책임을 떠민 데 이어 "이번 작전이 언제 끝날지 정확한 일정을 밝힐 수 없으며, 우리는 작전의 목표에 관심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는 이스라엘군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 행위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과 싸우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고위 관계자는 레바논 알마야딘TV와의 대담에서 "하루나 이틀 안에 휴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혀 이집트와 미국이 물밑 휴전 협상을 진행하고 있음을 알렸다.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은 이날까지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어린이 64명을 포함한 227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