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바이든표' 대북정책 발표 앞두고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관전 포인트 셋

2021-05-20 03:00
기술협력, 대북정책, 쿼드협력 3대 관전 포인트
대북정책, 중국 견제 쿼드 참여 변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제 관련 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3박5일간 진행되는 한·미 정상회담은 바이든 시대 4년을 시작하는 '첫 단추'이자 임기 1년 남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다. 회담의 '3대 관전 포인트'는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기술협력', 북핵해법 등 바이든 정부의 첫 '대북정책', 대중 견제를 위한 '쿼드(Quad) 협력' 등이다. 

미국은 쿼드를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질서를 주도하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미동맹이 필수적이다. 우리 정부도 대북정책은 물론 백신, 반도체 등 기술협력을 위해 한·미 동맹이 절실하다. 회담에서 양측은 안보·보건·경제 문제 등을 두루 논의해 '공통분모'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쿼드·대북정책 등 민감한 의제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과제로 꼽힌다. 이를 매끄럽게 해결하지 못할 경우, 한국은 바이든 정부의 임기 내 인도·태평양 정책에서 '주변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① 백신·반도체 협력··· 40조 투자 보따리 지렛대 

양국은 당장 급한 현안인 백신·반도체 및 배터리 협력을 우선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반도체, 배터리 등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앞선 지난 17일(현지시간) 전 세계를 위한 '백신의 무기고'가 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총 2000만회 분량의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백신을 해외에 먼저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미·중 간 패권 다툼이 최근 백신, IT(정보통신) 등 기술 경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자 사실상 '백신 외교'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셈이다. 미국이 아스트라제네카(AZ)가 아닌, 자국 내 사용이 승인된 백신을 해외에 지원하기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미국 정부는 한국에 추가 지원 계획을 미리 알렸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지원국을 밝히지 않았지만, 대만과도 이 문제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협력 핵심국'인 대만과 협의 중인 것은 백신문제를 풀 실마리로 여겨진다. 이번 회담을 통해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한 바이오·배터리·반도체 산업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백신 공급의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어서다.

이를 위해 삼성·SK·LG그룹의 주요 경영진들도 비공식 경제사절단 형태의 동행으로 방미에 함께했다. 국내 4대 그룹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거나 투자를 검토 중인 규모는 약 40조원에 이른다. 문 대통령은 방미 마지막 날 오후에는 애틀랜타로 이동해 SK이노베이션이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을 방문하는 일정을 진행한다. 
 
② '대북정책'··· 北 협상 테이블로 이끌 '유인책' 제시 관건  


대북정책은 북한을 대화로 이끌 '유인책'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의제에 미국 정부가 원하는 한·일 관계 복원이나 쿼드 워킹그룹 참여 등이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도 백신협력처럼 '외교적 지렛대'가 활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동성명에도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아닌 '완전한 비핵화' 문구를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검증'과 '불가역'을 빼자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다만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전향적인 입장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북한 문제에 있어서 미국 정부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인식을 강조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를 바이든 대통령이 받아들일지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또한 앞서 미국 정부와 여러 번 불협화음을 냈던 '북한인권', '대북전단금지법' 문제 등도 주요 의제다. 다만, 임기 1년 남은 현 정부로서도 국제적인 동의를 얻기 어려운 문제를 성급히 제기하기에는 위험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③ 쿼드참여··· 워킹그룹 참여해 유리한 카드 가져가는 방안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 협의체) 참여 문제는 최대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미국과 쿼드의 방향성과 보폭을 함께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쿼드 정식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백신, 반도체, 기후변화 등을 논의하는 '쿼드 워킹그룹'에 참여하는 방안을 한국에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그동안 쿼드 참여에 미온적이었다.

다만 정부도 '맞교환'이라는 외교적 가치를 고려할 때 쿼드 워킹그룹 참여를 받아들이고 반도체·백신협력, 대북정책의 싱가포르 선언 계승 등 유리한 카드를 가져가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