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 다가오는데…인권문제로 잡음 커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2021-05-20 01:00
中 소수민족 인권단체들 베이징동계올림픽 전면 보이콧 선언
"올림픽 정상개최는 국제사회가 중국에 면죄부 주는 것"
후원사들 입장표명 촉구에 '묵묵부답'... 피해 우려 커져
"올림픽 정상개최는 국제사회가 중국에 면죄부 주는 것"
후원사들 입장표명 촉구에 '묵묵부답'... 피해 우려 커져
올림픽 스폰서로 홍보 효과를 노리는 후원 기업들의 입장도 난감해졌다. 일각에서 이들에게 후원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원사들은 베이징 올림픽이 되레 회사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제사회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목소리 커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대화는 이제 끝났다. 기존과 같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이번 올림픽(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다.”
라돈 테통(Lhadon Tethong) 티베트액션인스티튜트(TAI) 이사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며 “만약 이대로 올림픽이 열린다면, 현재 중국이 벌이고 있는 행동에 국제사회가 면죄부를 주게 되는 셈”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8년 제29회 하계올림픽이 베이징에서 열렸을 때도 IOC는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중국의 인권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고 했지만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며 “올림픽 개최국이 관중석 바로 너머에서 대량학살을 저지르고 있는데 국제적인 친선 스포츠 행사가 그 나라에서 열리는 게 맞는 일이냐”며 반문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의 소수민족 인권 탄압을 문제로 들어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나오면서 더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티베트족, 위구르족, 홍콩을 대표하는 인권단체들은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미국과 유럽 일각에서도 보이콧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정부는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보이콧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동맹들과 베이징 올림픽 공동 보이콧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정례브리핑에서의 질문에 “그것은 우리가 논의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보이콧 여부나 구체적인 결정 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내에서 이를 검토 중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도 중국의 심각한 인권유린을 고려할 때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베이징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외교적 보이콧’을 최근 주장했다.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들은 올림픽에 참가하되 각국 지도자와 왕족들은 직접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그는 그러면서 베이징 올림픽 후원 기업들에도 화살을 돌렸다. 중국의 인권 유린을 외면하고 다른 부분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상업적 동기 때문에 중국의 인권 침해에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그 어느 곳에서도 인권을 말할 수 있는 도덕적 권위를 모두 잃는다"고 강조했다.
◆에어비앤비, 코카콜라, 삼성 등 올림픽 후원사들 '난감하네'
실제 최근 베이징 동계올림픽 후원사들은 티베트, 위구르족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높아지면서 염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글로벌 후원사는 에어비앤비·알리바바·알리안츠·아토스·브리지스톤·코카콜라·인텔·오메가·파나소닉·P&G·삼성·도요타·비자 등 13곳이다. 이들은 최근 다수 인권단체와 언론사 등에 올림픽 후원과 관련된 입장을 요청받고 있는데, 대다수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이 중 가장 많은 비난을 받는 기업 중 하나인데, 앞서 일부 외신이 에어비앤비가 투숙객의 정보를 중국 정부에 넘겼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에어비앤비의 정보를 이용해 신장 위구르자치구 소수민족을 감시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인권단체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에어비앤비와 중국 정부와의 협력은 인권 보호라는 공공의 약속에 반하는 행위”라며 에어비앤비의 동계올림픽 후원 중단을 촉구했다.
올림픽 마케팅 논의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신장 인권 문제가 기업 사이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다”며“베이징 올림픽 후원 기업의 임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최근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우려를 표한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과 미국 나이키가 중국의 대대적인 불매 공세에 직면하며, 곤욕을 치른 점이 이들의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보이콧 있었지만··· 시진핑 개최 의지 굳건
다만 올림픽 보이콧은 스포츠를 정치화한다는 비판과 함께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 최근 미국 올림픽·패럴림픽 위원회(USOPC)는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USOPC는 중국의 상황을 매우 우려하지만 다양성·평화·인간의 존엄성 존중 등 올림픽 운동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올림픽 보이콧을 반대했다.
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개최해 큰 탈 없이 대회를 마쳤던 이유기도 하다. 당시 국제사회는 티베트 자치구 유혈 시위에 대한 중국의 강경 진압과 티베트 인권 탄압을 이유로 올림픽 보이콧을 촉구했었다. 유럽연합(EU) 국가 정상들이 개막식 보이콧 의사를 밝혔으며, 올림픽 성화 때도 인권운동가의 반중국 시위로 성화가 꺼지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중국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정상 개최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동계올림픽 개최를 방해하려는 정치적인 시도는 무책임한 것이라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아주 뛰어난 행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의 동계올림픽 개최에 대한 의지가 굳건하다. 이달 초 시 주석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의 통화를 통해 “베이징올림픽을 특정 나라만이 아닌 모든 국가의 축제로 만들겠다”며 “참가자 전원에게는 공정한 경쟁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