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人㉝] “망막 유도체로 치매 조기 발견하죠”
2021-05-18 07:21
자이온프로세스 김영옥 대표 인터뷰
알츠하이머 조기진단기기 ‘XPID' 개발 중
“비싼 돈, 많은 시간 들이지 않아도 치매 진단하는 기술 꿈꿔요”
알츠하이머 조기진단기기 ‘XPID' 개발 중
“비싼 돈, 많은 시간 들이지 않아도 치매 진단하는 기술 꿈꿔요”
치매는 인류에게 암과는 또 다른 형태의 적이다. 조금씩 기억을 앗아가는 이 질병은 환자와 주변 가족의 삶을 잠식한다. 발병 원인은 밝혀지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치료제는 없다. 조기 발견도 어렵고, 고령층에 집중되던 발병 패턴도 젊은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치매환자 수는 75만 명이었지만, 2050년에는 303만 명으로 4.3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관리비용도 30년 뒤에는 105조5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고령화가 가속화할수록 인류의 삶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치매 조기 진단장치 ‘XPID'를 개발 중인 자이온프로세스는 인류의 대항마 중 하나다. XPID는 진단 가격과 시간, 정확성을 높여 체계적으로 치매를 관리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낮춰 정기적으로 질병을 검진하면, 이상증세를 조기에 발견해 대응 비용 또한 낮출 수 있다는 것이 김영옥 대표의 설명이다. 조기 발견, 더 나아가 치료제 개발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김 대표를 만나기 위해 동대문구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았다.
- 회사에 대한 간단한 설명.
“알츠하이머 진단기와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알츠하이머는 병리학적으로 접근하면,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라는 두 가지 독성 물질 때문에 발생한다.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은 20~30%이고, 나머지는 후기퇴행성 형태다. 110년 전 독일 의사가 뇌를 부검하다 독성 단백질을 발견했는데, 그 의사의 이름을 따서 알츠하이머라는 이름이 생겼다.
자이온프로세스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로 인해 병이 진행되는 초기에 알츠하이머를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해 모였다. 우리는 유도체와 인공지능(AI) 기술, 장비를 통해 치매를 조기 발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 인지해석과 AI 엔진 개발을 한 영향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주변 친인척 중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로 고생하신 분들이 꽤 있었다. 아직 치료제는 없지만, 앞으로 누군가는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엔지니어 입장에서 접근해 공학적으로 치매를 조기 진단하고, 치료제까지 개발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 치매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 앞으로도 환자가 더 늘어날까?
한국에는 80만 명의 알츠하이머 환자가 있다. 미국은 500만 명, 일본은 450만 명, 중국은 1000만 명이나 된다. 고령화 영향도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이 숫자는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본다.
알츠하이머는 후천적 원인의 비중이 크다. 환자들의 발병 원인을 살펴보면 바이러스 침투, 영양의 불균형, 당뇨, 외부 충격, 노화 등이 어우러져서 문제가 된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인간관계를 맺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어느정도 면역력을 높였다. 코로나19 이후에는 혼자서 TV, 휴대폰 보는 시간이 많아지면 뇌 활동이 줄고, 스트레스가 쌓여 면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안 할 수 있다. 특히, 고령층에게 코로나19는 알츠하이머가 발병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가들도 2~3년 뒤에는 더 많은 환자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 현재 진단기술의 문제는 무엇인가?
“일단 비싸다. MRI, CT는 알츠하이머 전문 장치가 아니다. 이 때문에 알츠하이머를 진단하려고 하면 비싸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방사성) 부작용도 생기고,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에야 측정 가능해 대응이 늦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혈액, 콧물, 걸음걸이 등 다양한 검사를 통해 치매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자이온프로세스는 망막 유도체를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단백질을 검출하고, 진단한다.
- 망막을 통한 치매 진단은 어떤 장점이 있나?
망막은 유일하게 뇌와 신경세포가 분화해서 연결돼 있다. 많은 안과 교수님들이 환자들의 눈을 보면 눈에 노란색 반점이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그 환자들이 알츠하이머 걸린 것이었고, 그 물질이 베타 아밀로이제였다는 걸 알아냈다. 덕분에 데이터도 많이 쌓여 있다. 이것을 빨리 볼 수 있는 장비가 있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빨리 알츠하이머를 확인할 수 있다.
-진단 과정이 궁금하다
“우리가 개발한 유도체를 주사로 맞으면 20~30분 내로 내체에 들어가 독성 단백질에 달라붙고, 형광을 띈다. 이 빛을 현재 개발 중인 XPID 장비로 촬영해 측정하면 된다. 이후에 AI 분석을 통해 독성 단백질이 언제부터 쌓여 왔는지 그 체적을 구하면 치매의 진행 정도를 알 수 있다.
- 최근에는 투자도 유치했다
“지난 2월 넥스트드림엔젤클럽으로부터 1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금을 바탕으로 향후에는 독성 검사와 병원 시범 운영에 속도를 내고, 2023년에는 진단기를 정식 출하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향후 1~2년 내에는 반려견, 반려묘에 먼저 적용해보고 동물의 알츠하이머를 판별하는 장비를 개발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