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의 속사정] LX 구본준 장남 구형모, 그룹 출범과 동시에 ‘승계 바통’ 받아
2021-05-17 05:17
올해 34세, 그룹 신사업 발굴 책무...과거 '지흥' CEO 경험도 있어
LX글로벌 등 상사부문 사업영역 추가...이르면 40세 전 회장 가능성도
LX글로벌 등 상사부문 사업영역 추가...이르면 40세 전 회장 가능성도
LG에서 계열 분리한 LX홀딩스가 지난 3일 분할보고·창립 이사회를 열고 공식 출범하자마자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LX홀딩스의 대표이사를 맡은 구본준 회장의 장남 구형모씨가 출범 직후 단행된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LX가 오너 책임경영 체제를 굳히는 한편 승계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LX홀딩스 등에 따르면 1987년생으로 올해 34세인 구형모씨는 최근까지 LG전자 일본법인에 근무하다, 지난 3일 LX홀딩스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선임돼 서울 LG광화문 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LG전자에서는 차장~부장급에 해당하는 책임이었으나 LX홀딩스로 옮기면서 임원으로 전격 승진했다.
구형모 상무는 새로 출범한 LX그룹의 미래사업 발굴을 주로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직전까지 근무한 LG전자 일본법인에서도 주로 신사업 발굴 등의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LX홀딩스에서 신사업 추진을 맡으면서 향후 경영 승계 작업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다.
구 회장은 슬하에 구 상무 외에 딸 연제씨(31)가 있다. 현재 LG 계열사가 아닌 벤처캐피털 회사에 근무 중인데, 구 상무가 사실상 LX를 물려받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그동안 LG그룹 오너 일가가 유지해온 철저한 ‘장자 승계’ 문화 때문이다. 고(故) 구인회 창업주 때부터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삼았고, 이후 형제들은 LS, LIG, LF, 희성 등 계열 분리를 통해 독립 경영을 해왔다. 구본준 회장도 지난 2018년 맏형인 고 구본무 LG 회장이 별세하면서 아들인 구광모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자, LG 고문으로 물러났다가 이번에 LX로 독립했다.
LX 역시 구 상무가 현금을 투입해 향후 LX홀딩스 지분을 점차 늘리거나, 구 회장이 보유한 자신의 지분을 아들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장자 승계’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1951년생 구 회장이 70세를 넘긴 점을 고려하면 승계 작업은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구광모 LG 회장이 40세에 회장직에 올랐던 만큼, 구 상무도 40세 전후로 LX 회장에 오를 가능성도 크다.
특히 그는 일찍부터 CEO로 일한 경험이 있다. 구 상무가 26세에 불과했던 2008년 ‘지흥’이라는 개인 회사를 설립, 디스플레이 광학필름 생산·판매 사업을 영위하며 한때 연간 1000억원의 매출도 올렸다.
하지만 LG화학 등 LG그룹 계열사를 고객으로 둬,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 있지 않았다. 2014년 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제가 도입되면서 매출이 급격히 줄었고 결국 2018년 지흥의 지분 100%를 매각하고 경영에서 손을 뗀다. 이후 LG전자로 자리를 옮긴 구 상무는 2년여 만에 LX라는 새로운 둥지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책무를 지게 됐다.
현재 LX홀딩스는 LG상사·LG하우시스·실리콘웍스·LG MMA 등 4개 자회사와 LG상사의 자회사인 판토스를 손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자산 규모는 약 7조6000억원 규모로, 재계 순위 50위권이 예상된다.
LX의 신사업은 다양한 방면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를 반증하듯 주력 계열사로 꼽히는 LG상사(새로운 사명 LX글로벌)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친환경, 전자상거래, 플랫폼 개발, 의료진단 서비스 등 7개 부문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 상무는 아버지 구 회장의 그늘에서 향후 4~5년간 경영 수업을 하며 LX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찾을 것”이라며 “그 기간 캐시카우를 탄탄히 확보한다면, 구광모 LG 회장보다 빠른 40세 전에 LX 회장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