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창진원장 "정부가 창업지원만 잘해도 유니콘 절로 등장"
2021-05-14 07:30
취임 이후 공들인 스마트 창업지원 시스템
코로나시대 창업마중물 역할 잘 수행한듯
퇴임하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은 일 하고파
코로나시대 창업마중물 역할 잘 수행한듯
퇴임하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은 일 하고파
2018년 4월 창진원 첫 민간 출신으로 취임한 김광현 원장이 3년여간의 임기를 마친다. 그는 퇴임을 앞둔 13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창진원에 왔을 때 ‘웃으면서 떠나자’는 목표를 세웠다”며 “후회 없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3년을 정신없이 지냈다. 직원들이 잘 따라와 준 덕분에 임무를 무사히 마쳤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원장은 취임하면서부터 ‘혁신이 가능한 조직문화’를 강조하며 ‘스마트 창업지원, 스마트 창진원’을 만들고자 했다. 직원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소통하며 조직문화와 창업지원 방식을 어떻게 혁신할지 고민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국내외 대기업과 진행한 ‘오픈 이노베이션’과 구글의 ‘창구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5개 해외 대기업과 협력했고, 올해는 파트너를 6개로 늘렸다.
2년차 때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자, 김 원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스마트 창업지원’이 진가를 발휘했다. 김 원장은 2019년부터 창업지원의 스마트화를 위해 시스템 개발에 공을 들였다. 사업비점검시스템과 멘토링시스템(창업이음)을 개발했고, 창업교육 플랫폼 창업에듀를 업그레이드했다. 김 원장은 “당장 경영평가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지자 ‘3대 대박’이 됐다”며 “이 시스템을 활용해 창업지원 방식을 비대면으로 바로 전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창진원은 창업자에게 사업비를 지원한 뒤 지원비를 제대로 쓰는지 중간·최종 점검한다. 파트너 창업지원 기관으로서 각종 문서를 확인하지만, 사업비점검시스템을 활용하면서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평소에 시스템을 통해 실태를 점검하다가 문제가 있는 창업기업 중심으로 현장점검을 한다. 이후 현장점검 인력·비용이 반으로 줄었다. 멘토링 시스템은 각종 커뮤니케이션 용도로 활용했다. 주간회의와 월간회의, 주관기관 실무자 간담회, 정책간담회, 창업기업 선정 등에도 이 시스템을 활용했다. 이사회 운영도 온라인 위주로 전환해 서면이사회를 줄일 수 있었다. 비대면 창업교육이 필요해지면서 창업진흥원 창업교육 플랫폼 이용자는 2배로 늘어났다.
창진원은 2008년 설립 이후 6만5000여개 창업기업을 지원하면서 많은 유망 창업기업을 배출했다. 올해 초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공모경쟁률 1500:1을 기록한 인공지능 의료기기 업체 뷰노, 최근 ‘세계 100대 인공지능(AI) 스타트업’으로 꼽힌 뤼이드, 후속투자를 받으며 유니콘 평가를 받은 스마트스터디, 올해 하반기에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인 루닛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창진원의 지원을 활용해 성장기반을 닦은 기업이다.
김 원장은 “정부가 유니콘을 육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창업지원을 잘해서 창업생태계가 활성화되면 유니콘은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목표로 정해놓고, 민간이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나 민간이 꺼리는 일을 정부가 맡아서 해야 한다”며 “단, 데스밸리(죽음의 계속)에 직면한 창업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덩치를 키울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는 식의 후속지원은 필요하다. 해외시장 진출이나 해외 투자 유치를 지원하는 일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제2벤처붐’이 일어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창업·투자생태계가 활성화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과 한국판 뉴딜이 주요 국정 어젠다로 추진되면서 기술 기반 창업이 중요해졌다. 그만큼 창진원의 역할도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퇴임 후 행보에 대해서도 밝혔다. 김 원장은 “퇴임하고 두 달 정도 쉬면서 다음 행보를 생각하려 한다”며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