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 구속영장 발부…"증거인멸 우려"
2021-05-13 00:29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12일 영장심사
이세창 부장판사 "구속사유·필요성 인정"
이세창 부장판사 "구속사유·필요성 인정"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76)이 13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횡령 등 혐의를 받은 박 전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전날 오전 10시 30분부터 6시간가량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자정께 이같이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김민형 부장검사)는 지난 10일 법원에 박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회장은 금호그룹 여러 계열사를 이용해 총수 지분율이 높은 그룹 지주사인 금호고속을 지원한 혐의로 지난달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마친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며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부터 박 전 회장을 수사해왔다. 공정위 조사 결과 금호그룹은 2016년 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스위스 게이트그룹에 줬다. 게이트그룹은 금호고속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어치를 무이자로 인수했다. 이 거래로 금호고속은 162억원 상당의 이익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기내식 사업권과 BW 인수를 맞바꾸는 거래가 늦어져 금호고속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금호그룹 계열사들이 지원에 나섰다. 금호산업을 비롯한 9개 계열사가 2016년 8월부터 2017년 4월 사이 45회에 걸쳐 총 1306억원을 담보 없이 지나치게 싼 금리로 금호고속 측에 빌려줬다. 당시 정상 금리는 3.49∼5.75% 수준이었으나 계열사들은 1.5∼4.5%를 제시했다.
공정위는 이런 방식으로 금호고속이 169억원상당의 금리 차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박 전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도 특수관계인 지분율에 해당하는 이익으로 최소 77억원, 결산 배당금으로 2억5000만원을 챙겼다고 봤다.
지난해 8월 공정위는 금호그룹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0억원을 부과했다. 박 전 회장과 당시 전략경영실 임원 2명,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금호그룹 본사와 아시아나항공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으로 수사에 들어갔다. 올해 2월 금호그룹 본사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지난달엔 박 전 회장 최측근인 박모 전 그룹 전략경영실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 1월에는 돈을 주고받고 금호 측에 불리한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윤모 전 금호그룹 전략경영실 상무와 공정위 직원 송모씨를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기소가 적정한지 판단해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지만 지난 7일 거부당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 위원장은 박 전 회장 사건이 국민적 의혹이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은 아니라며 이같이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