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스코케미칼, 전지 소재 사업 '적과의 동침'

2021-05-13 07:20
에코프로비엠과 공급망 안정화 등 협업 검토···"원료수급·생산·납품 시너지 기대"

포스코케미칼이 코스닥 상장사 에코프로비엠과 전지 소재 사업 분야 협업에 나선다. 

1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과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공급망 안정화 등에 대한 협업을 검토했다. 양사는 전지 소재 사업 연구, 생산보다는 전지 소재 유통망에 초점을 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는 포스코가 리튬 등의 전지 소재 원료를 포스코케미칼과 에코프로비엠에 공급하고, 양사가 생산하는 양극재·음극재 공급처 확보를 위해 각자의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등의 내용이다. 

에코프로비엠은 포스코케미칼의 모회사 포스코를 통한 2차 전지 원료 수급 안정화를 이룰 수 있게 된다. 포스코케미칼은 최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과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에코프로비엠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급처 확보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비엠은 친환경 에너지 기업인 에코프로에서 2016년 5월 물적분할한 회사로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에코프로비엠은 2019년 10월 포항에 연간 2만6000톤(t)의 양극소재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지난해 2월에는 삼성SDI와 합작법인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하고 당년 11월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신설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신설공장은 2022년 1분기부터 연간 3만1000t의 양극재를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12일 기준 주당 7만2800원이던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전지 소재 사업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이날 종가 기준 137.23% 오른 주당 17만2700원을 기록 중이다.

그동안 음극재를 주력 생산하다가 최근 양극재 생산 확대에 나선 포스코케미칼과는 전지 소재 사업 경쟁사다.

포스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음극재를 생산하면서도 이들의 핵심 원료인 리튬과 니켈·흑연을 공급할 수 있는 2차전지 소재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현재 연간 4만t 생산 가능한 양극재 생산시설을 갖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 얼티엄셀즈 등에 양극재를 공급하고 있다. 또 국내 유일의 음극재 생산기업으로 연간 4만4000t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다만 양극재의 경우 올해부터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공급망 확보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코프로비엠 생산능력은 포스코케미칼에 비해 다소 낮지만 합작사 등을 통해 순조로운 공급망 확대를 진행 중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에 순차적으로 양극재를 공급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케미칼과 에코프로비엠은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경쟁사지만 그렇다고 손을 못 잡을 것은 아니다”며 “협업이 성사될 경우 원료수급에서 생산, 납품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포스코케미칼은 공식적으로 에코프로비엠과 협업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에코프로비엠은 경쟁사로 당장은 함께할 사업이 없다”며 "현재 양극재 사업은 초기 단계인 만큼 공급망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는 소재 기업으로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2030년까지 리튬 22만t, 니켈 10만t을 자체 공급해 양극재 40만t, 음극재 26만t 생산 체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 광양 양극재 공장 전경.[사진=포스코케미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