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이오닉5' 반도체 부품 포함 옵션 빼달라 고객 호소…보조금 선점 주력

2021-05-12 06:00
계약자 일부 대상으로 옵션 변경 주문·전기차 출고 권유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보조금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며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계약자들이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다음주 중 아이오닉5 사전 계약자 중 일부를 대상으로 2차 옵션 변경 주문(컨버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반도체 수급난에 반도체가 많이 들어가는 옵션을 제외하면 출고를 앞당기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해당 옵션은 후석 승객 알림 기능을 포함한 '컴포트플러스'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를 포함한 '파킹 어시스트'와 '프레스티지 초이스', 4륜구동(4WD) 등이다. 이를 제외할 경우 2개월 내 출고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차량 전시 기간도 줄였다. 현대차 카마스터 (현대차 딜러)들은 사전예약 앞번호인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전시 기간 한달 이내의 전시차 인도를 권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날까지 전시차로 입고된 차량을 5월 안에 출고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의 기존 정책에서는 전시차는 전시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야 판매를 진행한다.

현대차가 기존 정책을 바꾸면서까지 아이오닉5 출고에 집중하는 이유는 전기차 보조금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산 지연으로 아이오닉5 출고가 늦어지며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계약자들이 생길 수 있어서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고 보조금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더해지는 형태다. 국고보조금은 차량 구매 본계약을 맺은 뒤 신청하고, 접수 이후 2개월 이내에 차량이 출고돼야 하는데 지자체 보조금도 남아 있어야 소비자가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올해 환경부가 계획한 전기 승용차 보조금은 7만5000대 분량이다. 지자체 보조금은 4만5000여대 규모다. 두 보조금이 모두 남아 있어야 소비자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말 이미 서울이 지급 공고 대수의 80% 이상을, 부산이 60%가량을 채우는 등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에 최근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지자체 보조금의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며 소진 우려를 달래기도 했다. 서울의 경우 추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여전히 방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이오닉5의 사전예약자만 4만 명을 넘어선 데다, 하반기 출시할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도 사전예약자가 3만 명을 돌파하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기차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테슬라도 물량 공세로 보조금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각종 편의사양 등 옵션을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 어려움을 더한다. 서울의 한 현대차 카마스터는 "옵션 변경을 권유하고는 있지만 기존 선택했던 차량을 기다려서라도 받겠다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