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속도조절]토지거래허가제 앞두고 고삐 풀린 서울 노후 아파트, 신고가 행렬

2021-05-12 07:00
영등포·목동·압구정 등 구축 단지, 4월달 줄줄이 최고가 매매

서울 63아트 전망대에서 본 여의도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제공]


재건축 기대감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4주 연속 상승 폭을 키우는 등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시행된 토지거래허가제를 앞두고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세를 견인했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976년 입주한 영등포구 대표 구축 아파트인 여의도동 '서울' 전용면적 200㎡는 지난달 20일 45억원으로, 2월 25일 이뤄진 직전 신고가보다 3억원이 뛰었다.  

인근의 '장미' 전용 195㎡도 지난달 14일 30억원으로 신고가를 찍었다. 이 아파트 역시 1976년 입주를 시작했으며, 2014년 11월 12억1500만원을 마지막 거래로, 7년여 만에 거래가 이뤄진 모습이다. 

양천구 목동의 '목동신시가지7단지' 전용 101㎡는 지난달 3일 25억원으로 최고가에 매매됐다. 1월까지도 23억원대였으나, 3개월 만에 2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인근의 '목동신시가지4단지' 전용 116㎡ C타입 역시 23억5000만원으로 한달 만에 1억원 가까이 치솟았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 역시 매섭게 오르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 '구현대6·7차' 전용 245㎡는 지난달 5일 80억원으로 신고가 행진에 동참했다. 지난해 10월 67억원으로 마지막 거래에서 13억원이 뛴 셈이다. 

재건축 단지의 강세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5월 첫째 주(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9% 상승해, 4·7 보궐선거 직후인 지난달 둘째 주부터 4주 연속 상승 폭을 키웠다.

구별로는 노원구가 0.21% 올라 4주 연속 서울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지난달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피한 노원구는 상계·중계동 등의 재건축 단지와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계속됐다.

이어 서초·송파·영등포구(0.15%), 강남구(0.14%), 양천구(0.12%) 등의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재건축 기대감이 커진 지역에서 상승률이 도드라지는 모습이다. 모두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후 규제 지역에서는 거래가 줄었지만, 가격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압구정동 인근인 서초구 반포동, 노원구 등 구축 아파트로 매수세가 옮겨오며 일부 '풍선효과'도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정비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사전 포석으로, 재건축 기대감으로 인해 선호현상이 당분간 이어진다는 분석을 내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과 종부세 규제 완화 기대감이 미리 반영되고 있다. 당분간 횡보세나 강보합세를 유지할 전망"이라면서도 "재초환 규제가 남아있는 한 재건축이 속도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노후 아파트 선호 현상은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다. 양지영R&C연구소가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조사한 결과, 지난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입주 5년 이하 아파트' 가격은 전달 대비 1.14% 올랐지만, '20년 초과 아파트'는 1.59% 상승했다.

실수요자가 가장 선호하는 새 아파트의 상승률이 노후 아파트보다 낮은 건 이례적이다. 신축 아파트의 상승률은 줄곧 노후 아파트보다 높았지만, 올해 3월부터 역전됐다. 3월 노후 아파트 상승률은 1.60%였고, 신축 아파트는 1.27%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