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고조되는 미얀마 시민들의 반중감정 ..중국의 두 얼굴
2021-05-11 06:00
최근 미얀마 사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진정될 기미가 아직은 잘 보이지 않는다. 외부 세력의 중재 노력도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암울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점점 확산하고 있는 마당이다. 이 지경이 된 배경에는 중국이 배후에 있다는 객관적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상반된 입장으로 미얀마 상황에 대응하고 있지만, 객관적 정황에서 보면 미국이 중국에 밀리고 있는 분위기다. 미얀마 경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80%에 달하고, 정치적 의존도는 이보다 더 높은 90%에 달하고 있을 정도다. 중국 정부가 표면적으로 미얀마 내정 불간섭 원칙을 천명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미얀마 군부를 지원하고 있다는 설이 널리 퍼졌다.
미얀마는 중국의 인도양 진출과 관련해 관문의 위치에 있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다. 양국은 1,300마일에 달하는 국경선을 가지고 있으며, 미얀마는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또한 미얀마는 천연가스와 원유, 우라늄 등 자원이 풍부하다. 이런 미얀마가 중국 편이 아닌 미국과 같은 서방의 편에 서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원인이 되고 있다. 민주화를 기치로 내거는 문민정부보다 군부가 훨씬 더 중국의 구미에 맞다. 미얀마 시민들의 항거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중국이 미얀마 군부의 ‘뒷배’가 되고 있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적 선택인 것으로 평가된다. 과연 이런 중국의 포지션이 향후 득이 될지 아니면 실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미얀마 시민들의 중국에 대한 증오가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미얀마에 진출해 있는 중국 공장이나 중국계 화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이 제공하는 코로나 무료 백신 접종 거부로 옮겨붙고 있기도 하다. 중국에 대한 미얀마 시민의 분노는 어제오늘의 현상이 아니고 오랫동안 누적되어온 해묵은 감정이다. 과거에도 중국 정부가 미얀마 군부와 결탁하여 자국의 국부가 밖으로 새고 있다는 것을 익히 잘 안다. 경제가 폭삭 망하더라도, 백신 거부로 인해 죽는다고 할지라도 중국의 지원은 받지 않겠다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병 주고, 약 주는 중국의 두 얼굴에 대한 강한 반감의 표시다. 상황이 종료되더라도 갈 데까지 간 미얀마 시민의 중국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이 쉽사리 돌아설 것 같지는 않다.
한국에게는 역사에 이어 문화까지 동북공정, 중국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길 찾아야
대국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중국의 실체를 두고 이에 대한 거부감이 지구촌 전역에서 예사롭지 않다. ‘더티 차이나(Dirty China)’라는 오명까지 나올 정도다. 트러블 메이커가 되면서 정치적 혹은 경제적 마찰에 따른 잡음이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온다. 상대와 비위가 틀리면 언제든지 보복의 칼을 빼 든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하는 중국으로서도 이는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미국은 중국의 이런 약점을 파악하고 여지없이 급소를 찌른다. 과거 일본이 G2로 잘 나갈 때에 세계 곳곳에서의 경제적 마찰로 인해 ‘경제적 동물(Economic Animal)’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은 적이 있다. 과거의 일본에 비해 현재의 중국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훨씬 거칠고 무소불위의 전횡을 스스럼없이 저지른다.
중국과 이웃을 하고 사는 주변국들에 중국으로 인한 불편함이 인내의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이 갖은 당근으로 회유책을 펴지만, 독이 든 성배로 바뀔 수 있어 꺼린다. 아시아 국가는 물론이고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의 국가들에 이르기까지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다. 최근 중국이 세계 90여 국가에 자국산 백신 시노팜을 공급(상당수 무상)하면서 전방위적인 백신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선진국 백신 도입이 여의치 않은 이들 국가들에 중국이 구원을 손길을 뻗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 이유다. 미국도 이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한시적으로 자국 백신의 특허를 푸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반발이 거세지만 중국의 백신 패권 주도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소불위의 중국이 우리에게도 점점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공공연히 무시하거나 업신여김을 당하기 일쑤다. 이런 현상이 줄지 않는 이유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너무 높다 보니 속앓이를 하는 것이다. 한국이 중국의 일부라는 역사 왜곡 동북공정에 더해 김치나 한복 등 전통적 유산까지 건드리는 ‘문화 동북공정’까지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한국이 만만한 ‘약한 고리’인 셈이다.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국 혹은 중국인에 대한 감정도 바뀌고 있다. 경제·안보 측면에서 중국보다 미국이 중요하다는 국민 비율이 78%에 달한다는 설문조사까지 나왔다. 중국 없이 살길을 찾는 수밖에 없다. 중국만 쳐다보다 텅 비어 버린 명동거리를 보고도 속수무책으로 서쪽 하늘만 쳐다보고 있으면 되겠는가.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 도쿄, LA 무역관장 △동서울대학교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