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새벽, '배송 혈투'가 깨운다

2021-05-07 09:39
쿠팡·SSG닷컴·마켓컬리 등 충청권부터 유통망 확충
이커머스업계 출혈전…인프라 투자하기엔 부담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대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외형 성장을 위해서는 수도권을 벗어나 전국구 물류망을 갖춰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다만, 물류망을 갖춘다는 건 대규모 투자를 동반하기 때문에 향후 이커머스 업계 출혈 경쟁은 더욱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새벽배송이 올해 충청권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는 잇따라 충청권에 물류망을 갖추고 새벽배송 시작을 알렸다. 농·수·축산물은 신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빠른 배송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교통체증이 덜한 새벽에 배송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쿠팡은 전북 완주, 경남 김해·창원, 충북 청주에 연달아 대형 물류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쿠팡은 뉴욕 상장 신청 서류에서 수년 내 7개 지역에 풀필먼트(상품 보관부터 주문에 맞춰 포장·출하·배송 등을 일괄 처리)센터를 신규 건립하기 위해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는 약 2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사진=마켓컬리 제공]

이미 상장 후 두 달 동안 쿠팡이 발표한 투자 금액은 총 8000억원에 달한다. 투자 규모는 완주 1000억원, 창원·김해 3000억원, 청주 4000억원이다. 전국 산지와 가까운 곳에 쿠팡의 콜드체인(냉장·냉동 처리 및 보관) 물류망이 구축되면 농·수·축산물 유통은 대격변을 맞을 전망이다.

쿠팡의 공격적인 행보에 기존 신선식품 강자였던 SSG닷컴과 마켓컬리도 덩달아 전국구 새벽배송 서비스를 내놓았다. 

신선식품 1위 업체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SSG닷컴은 오는 7월부터 충청 지역 5개 도시에서 새벽배송을 시작한다. 경기도 김포에 있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 003'에서 충청 지역의 스포크 센터(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지역 물류센터)로 옮겨진 후 주문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마켓컬리도 CJ대한통운과 '샛별배송 전국 확대 물류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고 충청 지역 샛별배송에 뛰어든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출혈 경쟁을 우려한다. 새벽배송 수요가 대규모 물류·인프라 투자를 감수하며 진출할 정도로 시장이 충분하게 성장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섣불리 뛰어들었다간 적자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류망을 직접 구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중간 단계에서 외주 비율이 높을 경우 소요시간이 늘어 건당 배송 단가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미국 증시 상장(IPO)을 앞둔 마켓컬리의 경우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매출 953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지만, 영업적자도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겼다.

업계 관계자는 "SSG닷컴의 경우 이마트 콜드체인 센터를 통해 콜드체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며 당일 배송이 가능한 데다가 기존 이마트 점포를 도심형 물류창고로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마켓컬리는 또 다른 문제"라면서 "규모의 경제로 뛰어드는 쿠팡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