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청약 금지된 공모주, 하반기도 열기 이어갈까

2021-05-07 00:10
"중복청약 금지, 손해 아냐...경쟁률 하락 시 균등배정의 'N분의1' 커질 수 있어"

[사진=연합뉴스]



올 하반기 LG에너지솔루션 등 대어급 공모주가 출격을 앞두고 있지만 중복청약이 불가능해지면서 상반기만큼 흥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쌓인다. 전문가들은 중복청약 금지조치와 무관하게 청약 열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지조치로 청약 경쟁률이 낮아지면 개별 증권사의 사람당 균등배정 물량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위원회·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중복청약 금지가 공모주 청약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측됐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고쳐 중복청약을 금지했다. 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공모주 배정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여러 증권사에 청약할 수 없게 되면 당첨기회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우려해왔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복청약이 불가능해지면 경쟁률이 낮아져 개인이 증권사별로 받을 수 있는 주식 수는 늘어날 것"이라며 "지금은 다섯 증권사에 청약해 한 주씩 받을 수 있다면, 앞으로는 하나의 증권사에 청약해 다섯 주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관계자도 "중복청약 금지로 경쟁률이 낮아지면 균등배정의 'N분의 1' 자체가 커질 수 있다"며 "미달로 인해 균등배정 물량이 비례배정으로 넘어가면, 비례배정 받을 수 있는 물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11일 공모주 중복청약 금지 등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 부칙에 따르면 중복청약 금지 규정은 공포 후 1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즉, 6월 20일 이후 최초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중복청약을 받지 못한다. 하반기 청약을 앞둔 대형주는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크래프톤, 야놀자 등이다.

기존에는 균등배정과 중복청약이 동시 허용돼, 하나의 공모주에 청약하려는 목적으로 여러 증권사의 계좌를 만드는 사례가 빈번했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단행한 SKIET가 대표적이다. SKIET의 전체 청약건수는 474만4557건으로, 균등배정 총량 267만3750주를 크게 웃돈다. 

청약 열기가 흔들리기엔, 그동안 대형 공모주 청약이 입증한 성과가 뚜렷하다는 의견도 있다. 상반기 대어로 꼽힌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공모가(6만5000원) 대비 143.8% 오른 15만8500원(4일 종가 기준)에 현재가를 형성하고 있다. 상장 당일에는 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따상'에 올랐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복청약은 분명히 이점이 있고, 이 부분이 사라짐으로써 생겨날 아쉬움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청약자들이 과거 사례를 기준 삼는다면 공모주의 투자 매력은 여전하다. 앞서 시장의 주목을 받은 공모주는 대부분 상장 이후 성과가 높았다"고 했다.